삭족적리 削足适履 는
발을 깍아서 신에 맞춘다는 뜻으로,
일의 본말 本末 과 주객 主客이 뒤바뀌거나
불합리한 방법을 억지로 적용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먼저 결론을 내려놓고
요식행위로 끼워 맞추는 독단을
일삼을 때 쓰이는 말이다.
삭족적리 削足适履 는
회남자 淮南子 제17권 설림훈 說林訓 에서
유래한 말이다.
신발을 사기 위해 신발가게를 찾은
한 남자가 있다.
신발가게 주인이 한 켤레 내어준 신은
남자의 발보다 작았다.
어리석은 남자는 더 큰 신발을 찾지 않고
자신의 발을 자르려고 했다.
이 어리석은 남자는 모자를 사러 가서도
작은 모자에 맞도록 자신의 두상을
깍아 내려고 했다.
삭족적리는
원칙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방법을
억지로 적용하려 드는 어리석음을 꼬집고 있다.
회남자 淮南子 는
중국 전한 前漢 의 회남왕 淮南王
유안 劉安 이 저술한 책이다.
삭족적리 削足适履 는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1위 지록위마 指鹿爲馬 에 이어
2위에 선정된 사자성어이다.
1위 지록위마와 불과 4.3% 차이였다.
2014년 당시,
교수들이 삭적족리를 꼽은 이유를
“한 해 동안 선거용 공약, 전시행정 등을 위해
동원된 많은 정책이 합리성을 무시하고
억지로 꿰맞추는 방식으로 시행됐다.”
“원칙 부재의 우리 사회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
라며 삭족적리를 꼽은 이유를 설명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어떤가?
그때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그리스신화에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있다.
설림훈 說林訓 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남자와 비슷하지만
어리석음을 넘어 악랄한 악당
프로크루스테스 Procrustes 의 이야기다.
프로크루스테스 Procrustes 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로
‘잡아 늘이는 자’ 라는 의미의 이름이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아버지를 찾아 아테네로 가는
테세우스의 모험담에 나오는 등장인물로
아테네 인근의 케피소스 강가에서
여인숙을 운영하며 살았다.
그 여인숙에는
큰 쇠침대와 작은 쇠침대 두 개가 있었는데
키 큰 사람에게 작은 쇠침대를 내어주고는
침대보다 큰 신체가 침대밖으로 튀어나오면
침대 크기에 맞게 머리나 다리를 톱으로 잘라내고,
키가 작은 사람에게 큰 쇠침대를 내어주고는
침대크기 만큼 신체를 잡아 늘여서 죽였다.
테세우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여인숙에 들어가
이이제이 以夷制夷 ,
즉 프로크루스테스와 같은 방식으로
침대 밖으로 튀어나온 그의 머리를 잘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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