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악어와 악어새 이야기를 믿어?
이 책은 수의사인 저자가
다양한 야생동물들을 보호하며 관찰한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사람처럼 서로 돕고,
뛰어난 모성애를 지니고 있고,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선물 공세를 하고,
상대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기도 하고,
종내 특정 개체를 괴롭히기도 하고,
부부 싸움도 하고,
주어진 역할 안에서 묵묵히 사회생활도 하는
야생동물 생태에 대한 지식과 함께,
생명의 소중함과 환경보호를 자연스럽게 설파하는 책이다.
책 제목에서 이미 눈치챌 수 있듯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악어와 악어새에 대한 우리의 오해를 언급한다.
많이들 알고 있는 이들의 공생 스토리는
서로 도우며 사는 면에서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란다.
악어새의 정식 명칭은 ‘이집트물떼새’
식물의 열매나 씨앗을 먹고 살며
북부 아프리카 강변에 주로 서식한다.
육식동물 악어의 이빨에 낀 고기는 먹지 않는다!
악어는 평생 3,000개 이상의 이빨이 빠지고 나기를 반복한다.
이빨이 워낙 빽빽하게 자라서 찌꺼기가 잘 끼지 않는 구조라
이빨 사이에 낀 찌꺼기를 빼 줄 악어새는 필요없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런 오해를 하고 있었을까?
기원전 5C,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인 헤로도토스가
여행 중, 우연히 입을 벌린 채 쉬고 있는 악어와
악어 입속을 들락거리는 악어새를 발견한 것을 기록했는데
그 기록이 오랜 시간 상식으로 굳어져 버린 탓이었다.
책 속에는 악어와 악어새 뿐만 아니라,
막연히 드문드문 알고 있던 동물들에 대해
상식을 뒤집는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한 가지 더 소개해 보자면
영화 ‘라이온킹’ 을 보면,
하이에나가 사자의 먹이를 빼앗아 먹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야생에서는
사자가 하이에나의 먹이를 뺏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그동안 하이에나는 좀 억울했겠구나 싶다.
사실 이 책은,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부인 백정화님의 소개로
구입하여 보게 된 책인데
동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좋아서 어쩔줄 몰랐다.
백정화님과 김현철 변호사의 공저
‘나는 고발한다’ 도 읽고 곧 포스팅하겠다.
이렇게 선포해야 나와의 약속을 지킬 것만 같아서.
선포된 이 약속을 빠른 시일내에 못 지키면
슬그머니 블로그에 접속해 냉큼 지우겠다. 부끄러우니까.
아직도 악어와 악어새 이야기를 믿어?
이 책은 크게 세 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에서는
서로 도우며 함께 사는 공생의 동물들
말미잘과 흰동가리(니모), 코끼리의 공동육아,
친화력 갑 카피바라, 팀플레이 사냥꾼 범고래,
방어가 최선의 공격인 초식동물들의 생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2장에서는
서로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사랑의 동물들
점박이물범, 샤망(주머니긴팔원숭이), 침팬지 부부,
침팬지 오누이, 수컷 코뿔새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고
3장에서는
질서를 유지하며 공동생활을 하는 동물들
망토개코원숭이, 미어캣, 사자 vs 호랑이,
개코원숭이, 바바리양, 산미치광이(호저), 고슴도치,
벌거숭이 두더지쥐, 하이에나 등의 공동체 삶을 엿볼 수 있다.
나는 이 책에 등장한 많은 동물 중
1장의 카피바라, 2장의 수컷 코뿔새, 3장의 미어캣을
자세히 다뤄보려 한다.
사교성 좋고 세상에서 가장 큰 설치류
카피바라는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초식동물로 물을 아주 좋아한다.
발가락 사이에 작은 물갈퀴가 있어 헤엄도 잘 치며
5분 넘게 물 속에서 잠수할 수도 있다.
보통 10마리 정도 무리를 이뤄 집단생활을 하는데
계절에 따라 100마리 넘는 거대한 집단을 이루기도 한다.
잡아먹히기 쉬운 초식동물은
다른 종의 동물을 극도로 경계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특이하게 카피바라는 작은 새를 등이나 머리 위에 태우고
헤엄쳐서 강을 건너거나
다른 동물과 함께 어울려 자는 모습이 종종 관찰된다.
카피바라의 친화력 비결은,
다음에 세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 카피바라의 서식지 남미 지역에는
거대한 설치류를 잡아먹을 천적이 많지 않다.
둘째, 카피바라는 방어에 강하다.
앞니의 무는 힘이 세고 시속 50km의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어 재빠르게 도망갈 수 있다.
셋째, 카피바라의 공동육아 습성이다.
카피바라는 무리에서 새끼를 함께 양육하고
다른 종의 새끼를 함께 키우기도 한다.
귀여운 외모, 친화력 갑, 인기 많은 카피바라지만
저 먼 남미에서는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는다.
재규어 같은 포식자가 멸종위기다 보니
대단한 번식력의 설치류 카피바라의
개체수를 조절해 줄 동물이 없다.
설상가상 카피바라의 서식지가 개발로 인해 파괴되고
개체 수가 늘어난 카피바라는
아르헨티나 주택가를 침범하여 쓰레기통을 뒤지고
마당의 잔디를 갉아먹고 배설물을 잔뜩 싸고 가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거대한 부리위에 마치 코뿔소처럼
뿔이 달린 독특한 생김새의 코뿔새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서식한다.
동남아시아 코뿔새는 주로 나무에서 살고
아프리카 코뿔새는 사바나 초원에 살아서 ‘땅코뿔새’ 라고도 불린다.
주로 과일, 작은 파충류, 포유류, 새 등을 먹는 잡식성이다.
큰 부리 때문에 먹이를 잘게 쪼개 먹기 힘들어서
먹이를 공중에 던져 커다란 부리로 받아 먹는다.
코뿔새는
서식지 파괴와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데
특이한 모양의 부리 때문에 인기가 많다.
특히 ‘긴코리코뿔새’의 부리로 가공품을 만들면
그 아름다움에 가격이 코끼리 상아의 3배나 된다고 한다.
코뿔새의 멸종 위기를 초래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들의 독특한 육아 방식이다.
일부일처로 평생 짝을 지어 사는 코뿔새는
암컷과 수컷간의 신뢰가 상당히 중요하다.
나무에 사는 코뿔새는
암컷이 나무 구멍에 들어가 깃털로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으면
수컷이 진흙으로 그 구멍을 메운다.
가두려는 것이 아니라 뱀과 같은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수컷이 먹이를 갖다 주면 암컷은 새끼 양육에 전념한다.
만약 수컷이 죽으면 암컷과 새끼는 모두 굶어 죽는다.
따라서 사람이 수컷 코뿔새 한 마리를 잡으면
코뿔새 세 마리 또는 네 마리가 죽는 것이다.
암컷 코뿔새는 새끼를 2~3개월 정도 키우면
구멍 밖으로 나오고 새끼 역시 독립한다.
수의사인 저자는,
아프리카 모호로호로 야생동물 구조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홀로 지내던
수컷 남부땅코뿔새 새장을 청소하고 있을 때
코뿔새가 이하늬 수의사를 피하지 않고
부리로 돌을 물어다 주었다고 한다.
남부땅코뿔새는 수컷이 암컷에게
멋진 돌을 갖다 주며 구애하는 습성이 있는데
수컷 코뿔새의 마음을 알게 된 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이 수컷 코뿔새는 새끼 때 구조되어 사람이 주로 키웠는데
조류의 경우 어린 개체를 키우면 키운 사람을 어미로 생각하고
계속 졸졸 따라다니는 각인 현상이 일어난다.
각인은 학습의 일종으로 태어난 뒤
일정 시간 안에 접한 대상을 어미로 여기고 따르는 현상을 뜻한다.
이 수컷 코뿔새는 어릴 때 사람에게 구조되어
각인이 일어나 자신을 사람으로 여기고
사람 여성을 자신의 짝으로 얻기를 바란 것이었다.
두다리로 서서 고개를 들고 보초를 서며
적을 감시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어캣은
암컷이 우두머리다.
무리 지어 굴속에서 살고
낮에는 굴 밖으로 나와 보초를 서고 사냥하는
주행성 동물이다.
미어캣 사회에서는 여왕만 새끼를 낳을 수 있다.
여왕은 자신이 낳은 새끼 암컷이
번식 가능한 3살이 되면 무리에서 쫓아내는데
새끼 암컷이 임신을 하면 주저 없이 내쫓는다.
여왕 자리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순종적인 암컷에게는 새끼를 돌보는 유모 역할을 맡긴다.
미어캣 암컷은 임신 하지 않아도 유선이 발달해
여왕의 새끼에게 젖을 먹이면서 키울 수 있다.
수컷들은 새끼를 지키는 든든한 보호자다.
미어캣 여왕은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은
다른 수컷 미어캣보다 2배나 많다.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성을 높이는데,
다른 개체보다 싸움을 잘하고 강해지기 위해서
분비량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미어캣 여왕의 소화기는 다른 미어캣들보다
더 많은 기생충에 감염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면역력을 낮춰 감염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미어캣은
작은 체구, 귀여운 외모와 달리
날카로운 이빨로 사정없이 물어뜯는 공격성이 강한 동물이다.
특히 여왕에게 대들면 가차없이 공격받는다.
누군가 대들면, 여왕과 일대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여왕이 순종적인 미어캣들을 조종해 집단으로 공격한다.
그래서 여왕에게 덤빈 미어캣은 죽거나 죽기 직전까지 간다.
포유류 1,024 종 중 같은 종족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이
미어캣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연의 세계를 보면
성별과 관계없이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과 정신력, 그리고 지혜가 필요하다.
어떤 개체가 우두머리가 되느냐에 따라
그 무리의 생존 여부나 삶의 질이 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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