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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페미니스트 소설가 최정화 작가는
책의 서두에서 자문한다.
기후 위기에 내몰린 지역의 사람들과 멸종하고 있는
동물들, 식물들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
삶의 태도를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지구의 온도에 반하여 에어컨과 난방기를 틀고
햇볕 대신 온종일 형광등과 인공 조명 아래에서 하루를 살며
흙을 밟고 느끼며 걷지 않고 교통 수단만을 이용하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도시의 생활 방식이 자연에 무지하게끔
스스로를 길들여 버렸기 때문일거라 자답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편리함에 브레이크를 거는 방법에 관해 쓴 책으로
편리함에 저당 잡힌 삶을 되돌리기 위해 기꺼이 불편해지자는,
덜 먹고 덜 쓰고 덜 갖자는 이야기라고.
그렇게 하면 인간의 삶과 지구의 환경이
균형을 찾고 제자리로 돌아와 줄거라고.
저자는,
크리스 조던 감독의 다큐 < 알바트로스 > 를 본 이후
저자의 삶은 크게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다큐의 영상은 대략 이렇다.
북태평양의 미드웨이 섬에는 수만 마리의
레이산 알바트로스 새끼들이 죽어서 땅을 덮고 있다.
죽은 새끼들의 뱃속에는 플라스틱이 꽉 차 있다.
어미가 사냥한 먹잇감 속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했고
이를 그대로 게워내 새끼에게 먹이니
플라스틱 쓰레기로 배를 채운 새끼는 영양실조로 죽어간다.
다큐는 끔찍하고 슬픈 광경으로 관객을 안내하며
충격적인 상황에 공모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최정화 작가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
첫 시작은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한다.
보디클렌저, 샴푸와 린스 대신 천연 비누를 사용하고
설거지 할때도 목욕 할 때도 플라스틱 수세미 대신
진짜 수세미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면 생리대를 사용하고 필기도구는 연필과 만년필을 쓴다.
최근 그는, 화장과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근 일자까지 확정된 일터를 포기하기도 했다고.
그는 화장실에서 휴지를 사용하지 않는단다.
일종의 수동식 비데, 샤워기를 이용해서 물로 씻는다고.
그렇게 휴지와 완전히 작별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크게 세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고
한 챕터마다 여섯 꼭지의 소단락이 있다.
최작가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그가 읽은 문학작품을 데려와 실천 에피소드와 인연지었는데,
그가 읽은 책의 간략한 서평과 그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기는
묘하게 어울려 글맛을 살려주고 있다.
잠시 곁길로 새자면, 그가 소개해준
하성란의 <와이셔츠>, 정영수의 <무사하고 안녕한 삶>은
꼭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최정화 작가는
뭔가를 살 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알루미늄 제조시 독성물질이 배출되므로 참치 캔은 안 되고
비닐은 썩는데 수백 년이 걸리니 비닐 포장된 어묵도 안 되고
플라스틱을 세척할 때마다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되니
페트병에 담긴 오렌지 쥬스도 안 되고
그러다보니 슈퍼에서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나오는 날도 있었단다.
최정화 작가는
스스로 만든 금지 사항들을 지키다가 지쳐 버렸고
스스로 만든 규칙에 스스로 갇혀 버렸다고 자백한다.
그런 상황에서 제로 웨이스트의 2라운드인
< 줄이기 > 를 고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 거절하기 > 가 환경 유해물질을 아예 허용하지 않는 단단한 지침이라면
그에 비해 < 줄이기 > 는 좀 타협적이니
그는 <줄이기> 실천 방식을 <영쩜일 웨이스트>라고 이름 지었단다.
< 영쩜일 웨이스트 십계명 >
1. 마트 대신 시장 이용하기
2. 일회용품을 대체할 다회용품 가지고 다니기
3. 안 먹는 음식을 정하고 적당량만 먹기
4. 조금 멀어도 포장재를 덜 쓰는 가게 이용하기
5. 쓰레기로 버리기 전에 재사용할 아이디어 떠올리기
6. 쇼핑할때 이미 갖고 있는 품목이라면 사지 않기
7. 살 때는 버리고 재활용되는 과정까지 고려하기
8.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상점의 품목들을 기록해
나만의 제로 웨이스트 지도 만들기
9. 가까운 곳은 걸어다니거나 자전거 타기
10.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기
최정화 작가는 스스로에 대해
사람을 경계하는 편이고 동물 문제에 관심이 많고
식물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의 책을 읽으며
크리스 조던 감독의 알바트로스를 찾아 보고 울었고
식탁 위 고기가 될 동물의 사육환경에 대해 알고 나서 울었고
눈오는 추운 겨울, 미끄럼 방지를 위해 길위에 뿌려진 염화칼슘이
동물의 발에 화상을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울었다.
최정화 작가에게 제로 웨이스트는
지구에게 보내는 사과의 메시지라고 한다.
나도 그를 본받아
지구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겠다.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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