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천재화가 혜원 신윤복을 여인으로,
신윤복을 단원 김홍도의 제자로 상정하고
제작된 영화 미인도.
전윤수 감독의 2008년 작품으로
쉬리(1999), 식객(2007), 해어화(2016) 등의
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이 영화도 열 번 이상을 본 듯하다.
주인공 강무와 윤복의 정사씬은 열외로 두고
(이들의 정사씬은 아름다웠으니까.)
다른 등장 인물들의 많은 정사씬을 제외하면
꽤 괜찮은 영화라 생각이 되는데
의외로 평점이 낮다.
네티즌 평점이 6.38
대체 왜 평점이 낮은지 모르겠다며
장면 하나하나가 아름다웠다고 쓴 댓글도 있다.
동감이다.
영화의 시작은 윤복과 윤정의 유년시절.
여자는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던 시대에 태어난
일곱살 막내딸 윤정은
4대째 내려온 화원 가문의 피를 물려받아
그림솜씨가 매우 신묘하다.
윤정은 신묘한 그림솜씨로
오빠 윤복을 대신해 그림을 그려주었고
윤복의 그림인줄로만 알고 있는
아버지 신한평은 윤복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집으로 초대된 사람들 앞에서
윤복에게 그림 그릴것을 명한다.
그러나 윤복은
붓질 한 번 해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 붙은채 오줌까지 싸게 되고
급기야 목을 매어 자살한다.
오빠 윤복이 죽고
그간의 자초지종을 알게 된 신한평은 윤정에게
남장을 하고 김홍도의 제자가 될 것을 명한다.
영화 속, 10년의 시간이 흐르고
남장을 하고 오빠 이름으로 살고 있는
신윤복(김민선)은 김홍도(김영호)와 시장을 걷던 중
난전에서 몰래 청동거울을 팔다가
포졸에게 쫓겨 달아나던 강무(김남길)와 부딪혀
만냥짜리 비싼 거울을 깨버리게 된다.
거울의 본주인은 단원 김홍도의 그림으로
거울값을 배상해달라 요구하게 되고
이에, 손을 다친 김홍도(김영호)는
제자 신윤복(김민선)에게 그릴 것을 명한다.
그렇게 윤복과 강무는 만났다.
무서운 존유 尊儒 세력이 지배하던
18세기 조선시대 여자의 신분으로
잡아서는 안 될 붓을 잡고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성이기를 포기하며 남자가 되어야 했고
흔들리고 사랑하고 유혹하는
인간의 마음을 화폭에 담았지만
신윤복의 그림은 외설로 손가락질 받는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남자로 살아야 하지만
강우 앞에서는 여자이고 싶었던 신윤복.
그런 신윤복을 운명처럼 사랑하게 되는 강무.
제자 신윤복을 마음에 품고 탐하게 되는 김홍도.
김홍도에 대한 사랑으로 질투에 사로잡힌 기녀 설화.
영화는 이러한 얽히고 설킨 인연의 갈등으로
추해질 수 있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준다.
영화 속 혜원은,
갈등으로 추해진 인간도
사무치게 아름답다고 느꼈을까?
배우 김민선은
미인도 시나리오를 접한 뒤,
전윤수 감독의 집을 직접 찾아가
신윤복 역할을 꼭 맡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또, 김민선 배우는
신윤복의 그림을 모사하면서
하나 하나의 선이 굉장히 섬세하고
그림 안에 한 편의 드라마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김민선 배우는 이 영화의 출연을 계기로
동양화 교습을 받게 되었고
현재는 동양화 작가로 활동중이다.
그녀는 그림솜씨가 꽤 좋다.
제 그림에 대해서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이 손이 마음껏 그렸던 그림입니다.
인간의 풍경을 찾아가는 길에서 한 사람을 만났고
그 몸을 만졌고 마음을 느꼈습니다.
흔들리고 사랑하고 유혹하는 인간의 마음이 아름다워서
사무치게 아름다워서 그렸을 뿐입니다.
이 영화는
혜원 신윤복에 대한 사료 史料 의 희소성이
상상력으로 이어져 탄생할 수 있었던 듯하다.
혜원 신윤복의 성별은 물론,
단원 김홍도와의 사제지간 여부도 불분명하다.
신윤복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을 오간다.
신윤복의 진가를 꿰뚫어보고 높이 평하는 이도 있고
화류항리에 출입하는 일개 탕자로 취급하는 이도 있다.
김용준의 수필 ‘조선시대의 인물화’ 중에서
발췌한 일부분을 옮겨본다.
혜원은 풍속화 외에 산수에도 능한 듯하였으나
주로 풍속화에 전심하였고,
그 취재 내용은 극히 평민적이고 자유주의적이어서
시정항간(市井巷間)의 하층사회와
기방정취(妓房情趣)를 잘 묘사하였고,
그 필의(筆意)가 완미(婉媚)하여
다소 염정적(艶情的)인 일면과 해학조를 가미하면서
자유자재 당시의 사회상을 묘파하는 등
실로 조선 인물화계의 제일인자일 것이다.
혹 전문가의 간(間)에서는 혜원에게서
기운 높은 작품을 찾을 수 없다 하나,
과도히 엄격한 도학자적 견지에서 떠나
한층 더 낭만적인 예술적 견지에서 혜원을 볼 때,
당시와 같은 무서운 존유세력(尊儒勢力) 하에 있는 작가로서,
더구나 인물화라면 신선도란 방정식밖에 없고
모든 산수점경(山水點景)에까지
당의(唐衣)만을 입힐 줄 알던 당시의 작가로서,
단연 그들의 존유사상을 일축하고
현실에서 보는 의상과 현실에서 보는
풍속과 동작과 배경과 심지어는
일초일목(一草一木)에 이르기까지
조석(朝夕)으로 대하고 친(親)하는
눈앞의 현실을 그렸다는 것이 이 작가의 위대한 점이요,
가장 혁명적 정신이 풍부한 작가라 추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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