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좀 볼까

그 해 여름 2006 Once In A Summer

HUSH 感나무 2024. 9. 17. 20:02

 

 

 

 

 

 

 

그 해 여름,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편백잎이 바람을 타고

연두빛 세상을 포근히 유영하는 장면으로.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69년으로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했던 해였으며,

한국은 3선 개헌으로 인해

대학가나 정치계는

한참 시끄러운 형국의 시기였다.

 

 

 


 

 

 

 

방송국 PD(유해진)와 작가(이세은)는

존경받는 중년의 교수 윤석영(이병헌)에게

특집방송 출연을 섭외하게 되면서

과거 소중한 인물을 찾아주기로 약속한다.

 

 

 

 

영화 그 해 여름 - 농총봉사활동 중인 석영

 

 

 

 

윤석영 교수가 그토록 애타게 찾는 인물은

윤석영이 대학생이었던 시절,

수애리 농총봉사활동에서 만난

첫사랑 서정인(수애).

 

서정인은

아버지의 좌익운동과 월북으로 인해

빨갱이 딸년이란 소리를 듣는

수애리의 작은 도서관 사서다.

편백잎으로 카드를 만들어

저 세상의 부모님께 안부를 전하는

때 묻지 않은 맑고 순수한 여자다.

 

윤석영은 재력가의 아들로,

3선 개헌 반대 투쟁으로 휴교령 내려진 학교와

치열하게 투쟁하는 학생 사이에서

겉도는 인물이다.

 

 

 

 

영화 그 해 여름 - 취조 중, 정인을 모른다고 말하는 석영

 

 

 

 

석영은

뒤집어 쓰게 된 간첩죄에,

일생을 회한과 반성으로 보내야 할

선택을 하게 되므로써,

정인과 이별하게 된다.

 

지켜주지 못한 연인에 대한 죄책감,

그런 연인에게 용서를 빌고 싶은 간절함,

시린 운명 앞에서 비굴해야 했던 자기반성으로

중년의 석영이 되기까지의 삶에서

그 마음의 짐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것 같다.

 

 

 

영화 그 해 여름 - 편백잎 카드를 만들고 있는 정인

 

 

 

 

나는 이 영화에서

편백잎 카드에 주목한다.

 

정인에게 편백잎 카드는

이 세상과 저 세상의 연결고리이며,

피치못해 헤어진 이 세상의 인연과

다시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마법같은 정인의 믿음은 맞았다.

 

“누군가에게 알릴 게 있거든요.
이렇게 한 사람 두 사람 나눠주다보면
내 손 떠난 이 나뭇잎이 언젠가 그 사람 손에 가게 되겠죠.
그럼 알게 될 거에요. 우리끼리 암호거든요.
나 잘 있어요. 내 걱정하지 말아요. 나 행복해요.”

 

 

 

내 인생이 힘들 때 

언제나 당신과의 시간을 생각해요.
우리 울지 말아요.
소중한 시간들 아름답게 기억해요.

 

 

 


 

 

 

 

 

그 해 여름, 이 영화는

넘흐넘흐 찰진 글 잘 쓰시는

김은희 작가의 시나리오 입봉작이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김은희 작가는

예능작가로 활동하다가

장항준 감독과 결혼하였는데

남편 장한준 감독이 수기로 쓴 시나리오를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시나브로 시나리오계의 대모가 되었다 한다.

 

 

나는 과거 보았던 영화를

종종 다시 찾아 보곤 하는데

이번 추석 연휴에도 그랬다.

 

나이를 더해 갈수록 이 습관은 더 짙어지는 듯하다.

새로운 영화를 찾아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 봤던 영화를 들춰보는 것.

나이를 먹으면 보수적이 되어간다라는 말이

영화보는 습관에서 이해하게 될 줄이야.

오 마이 라이프~

 

정확히 세어보진 못했지만

이번까지, 아마 열 번은 본 듯하다.

세상 때가 덜 묻었을때,

그러니까 틴에이저 시기를 거칠 때

이 영화를 봤다면,

손에 꼽는 내 인생영화가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 해 여름, 이 영화의 OST

Roy Clark 의

Yesterday when I was young

잊지말자.

너무 멋진 곡이므로.

 

 

 

영화 그 해 여름 - 레코드 가게 앞에서 정인과 석영

 

 

 

Yesterday when I was young
예전에 내가 젊었을 때

The taste of life was sweet as rain upon my tongue
삶은 달콤한 맛이었지, 혀 끝에 닿는 빗물처럼

I teased at life as if it were a foolish game
마치 바보처럼 게임 하듯 장난스럽게 살았지

The way the evening breeze may tease a candle flame
저녁 무렵 산들바람이 촛불을 놀리는 것처럼 말이야

The thousand dreams I dreamed
꾸었던 수천 가지의 꿈들

The splendid things I planned
계획했던 화려한 것들

I always built to last on weak and shifting sand
난 항상 지속될 거라 생각하며 지었어. 무르고 흐르는 모래 위에다가 말이야

I lived by night and shunned the naked light of day
난 밤에만 활동했고, 버건 대낮은 멀리했지

And only now I see, how the years ran away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세월만 덧없이 가버렸네

Yesterday when I was young
예전에 내가 젊었을 때에는

so many happy songs were waiting to be sung
행복한 노래를 부를 기회가 정말 많았지

So many wild pleasures lay in store for me
가게에는 수많은 즐거움들이 나를 위해 진열되어 있었고

And so much pain my dazzled eyes refused to see
현혹된 내 눈은 수많은 고통을 외면했지

I ran so fast that time and youth at last ran out
난 그 시절에 너무 빨리 달렸고 결국엔 내 청춘도 끝이 났지

I never stopped to think what life was all about
인생에 대한 고민은 결코 없었지

And every conversation I can now recall
그리고 지금 내가 회상할 수 있는 대화들은 모두

Concerned itself with me and nothing else at all
나 자신에 관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지

Yesterday th moon was blue
달빛이 푸르렀던 지난날

And every crazy day brought something mew to do
말도 안 되는 하루하루가 새로움의 연속이었지

I used my magic age as if it were a wand
난 마법의 지팡이처럼 아주 특별한 시기를 다 써버렸지

And never saw the waste and emptiness beyond
그 뒤로 남는 헛됨과 공허함은 결코 알지 못했지

The game of love I played with arrogance and pride
오만과 자존심으로 사랑놀이를 했고

and every flame I lit too quickly, quickly died
모든 불꽃은 너무도 빨리 꺼졌지

The friends I made all seemed somehow to drift away
사귀던 친구들도 다들 떠난 것만 같고

And only I am left on stage to end the play
막내린 무대에 나만 홀로 남겨졌네

There are so many songs in me, that won't be sung
나에게는 수많은 노래들이 있지만 부르진 않을 거야

I feel the bitter taste of tears upon my tongue
혀에 닿은 눈물이 쓰게 느껴지네

The time has come for me to pay for yesterday
이제는 대가를 치를 때가 되었어

When I was young
내 젊은 날에 대한 대가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