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뉴스 톺아보기

70년대 외화벌이를 오줌으로?

HUSH 感나무 2024. 9. 4. 21:05

 

 

 

 

 

1970년대 한국의

초·중·고교, 병영, 예비군 훈련장,

기차역, 극장, 버스터미널 등의

공중화장실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여러분의 오줌은 귀중한 외화를 벌어들입니다.

유로키나제를 당신의 오줌으로

한 방울이라도 통속에

 

 


 

 

 

 

 

오줌으로 외화벌이 (이미지출처 : 동아일보 네이버뉴스 라이브러리)

 

 

 

 

공중화장실의 안내문 아래에는

20리터들이 흰색의 플라스틱 통이 놓여 있었다.

소변을 모으는 통이었다.

 

오줌을 팔아 외화를 벌어들여야 할 정도로

과거의 한국은 가난한 나라였다.

광복 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먹을 것, 입을 것이 부족했던 국민들은

어떻게 해서든 다시 일어서야 했다.

 

머리카락을 잘라 팔고,

오줌을 모아 수출하는 등

그야말로 돈 되는 일은 뭐든 했다.

 

 

 

 

유로키나제 수출 소식을 다룬 중앙일보 기사 + 녹십자 플라스틱 소변 수거통

 

 

 

 

 

머리카락은 다들 알다시피,

가발로 만들어 수출했다.

심한 곱슬로 머리 손질이 힘든

미국 흑인 여성들이 굉장히 선호한

한국산 가발은 당시 전체 수출품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넘었다.

 

그런데

오줌? 오줌은 무엇에 쓰였을까?

당시 사람들의 호응이 좋아서

하루 서른 트럭 분량의 오줌을 수거했고

수거된 오줌은 화학처리 과정을 거쳐

일본, 독일 등에 수출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무엇에 쓰였을까?

 

 

 


 

 

 

 

녹십자는 수거한 소변에서

‘유로카이네이스’ 효소를 추출하여

혈전용해제 반제품 유로키나제 를 만들었는데

유로카이네이스는

포유동물, 척추동물의

오줌이나 피에 존재하는 단백질 효소로,

사람의 신장 실질세포에서 형성되고

혈전증을 치료하는데 쓰인다.

 

 

여기서 잠깐,

반제품이란 제품이 여러 공정을 거쳐 완성되는 경우,

하나의 공정이 마치고 다음 공정에 인도될

완성품 또는 부분품을 가리킨다.

완전한 제품이 된 것은 아니지만,

가공이 일단 완료됨으로써 저장가능하거나

판매가능한 상태에 있는 부품을 말한다.

 

 

유로키나제는 뇌혈전증, 급성 심근경색, 폐색전증 등

다양한 혈관질환 치료에 사용되었는데

유로키나제의 원료가 소변이다보니

안전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때 그시절의 유로키나제는

킬로그램당 2천달러가 넘는 값비싼 수출품이었다.

 

1973년 녹십자는,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유로키나제를 전량 수출하기 시작했다.

녹십자는 그 후,

6000리터 처리 규모의 공장에서

10만리터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으로 확대했고

유로키나제 반제품과 혈액제제를 합해

국내 의약품 수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서구식 식습관으로 바뀌고

화장실 역시 수세식으로 바뀌면서

신선한(?) 소변을 다량 확보하기가 어려워져

더는 수출을 못하게 되었다.

 

1977년 녹십자는 자체 기술로

유로키나제 완제품을 개발하였다.

 

2000년에는 남북 합작공장인

정성녹십자제약센터를 설립하여

연간 1,500만 리터의 소변에서

유로키나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북한은 합작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무공해 첨단산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평양 시내에 공장설립을 허가했다.

이는 남북 보건의료 협력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사례로 평가된다.

 

지금도 정성녹십자제약센터는

뇌졸중과 심근경색 치료에 필수 의약품인

유로키나제를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외에 공급하고 있다.

 

 

오줌은 외화벌이 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