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를 보면,
청년 시절 김구 선생은 황해도의
고능선 高能善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고능선 선생은 김구의 결단력 부족을 알고
평생 좌우명이 될 글을 일러주었는데
바로 이 구절이다.
得樹攀枝不足奇, 懸崖撒手丈夫兒
득수반지부족기, 현애살수장부아
풀이하면 이렇다.
나무 가지에 높이 오르는 일은 결코 기이한 일이 못 된다.
벼랑에 매달려 있을 때 손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야 진정한 대장부이다.
사람들은 원숭이처럼 나무를 잘 타는 사람을 칭찬하곤 하지만
그것보다 벼랑 끝에 매달려 있을 때 구차하게 살려고 버둥대지 않고
과감하게 손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대장부라는 의미다.
이 구절은 중국 남송시대 도천선사 道川禪師 시의 일부분인데
다음 구절은 이렇다.
水寒夜冷魚難覓, 留得空船帶月歸
수한야냉어난멱, 유득공선재월귀
물이 시리고 밤공기가 싸늘하여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면,
빈 배인 채로 달빛만 싣고 돌아오면 되는 게지
이 시에서 유래한 말이 현애살수인데
선가에 실례를 든 이야기가 있어 요약해 본다.
탁발중이던 한 스님이 험한 산세의
비탈진 절벽을 지나가던 중,
살려달라는 긴박한 구호가 들렸다.
장님이 발을 헛딛고 절벽 밑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불행중 다행으로 나뭇가지 하나를 붙잡고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장님은 힘이 다 빠져 더이상 매달려 있을 힘이 없으니
어서 구해달라 애원했다.
스님이 절벽 밑을 살펴보니
붙잡고 있는 나뭇가지와 땅까지는 사람 키 하나정도밖에 안되는 높이였다.
스님은 장님에게 지금 잡고 있는 손을 놓으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힘이 빠진 장님은 순간 손을 놓아버렸는데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고는 일어나 다시 가던 길을 가는 것이었다.
손을 놓으면 죽을것만 같은 절벽에서
잡고 있던 손을 놓았을 때, 새로운 경지가 펼쳐진 것이다.
내 자리가 아니고 내가 가질 수 있는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을 과감하게 내려놓는 것이 자신을 위한 묘용이다.
현애살수와 비슷한 의미로
백척간두 진일보 百尺竿頭 進一步 라는 말이 있다.
백척 난간에 한 발만 떼면 천 길 낭떠러지다.
결과는 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행한다.
털끝만큼도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 결과는 하늘에 맡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모든 걸 바쳐 소원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하여
가치 없는 것이 아니라 그 경지까지 가기 위해
모두 다 걸라는 조언이다.
현애살수는 거사를 앞둔 윤봉길 의사에게
김구 선생이 한 말로도 유명하다.
자신을 버리고 나라를 구하려는
구국충심을 높이 사고 그 마음을 깊이 위로한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는
사즉생 死則生 과도 일맥한다.
내 안에 도사린 불안과 공포, 두려움을 놓아야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부여잡고 있는 작은 것들을 놓아버려야
더 큰 것들을 손에 쥘 수 있다.
내가 맞이한 위기의 순간에 놓을 줄 아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놓아야 할 때 더 움켜쥐었다가는 되려 상처 입을 수 있다.
비우는 때를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지혜다.
‘망설이는 호랑이는 벌보다 못하다.’
사기 史記 를 쓴 사마천 司馬遷 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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