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걱정하다

러브버그, 박멸 말고 참아주기 전략이 필요하다

HUSH 感나무 2024. 7. 15. 19:51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은

붉은등우단털파리, 러브버그 대발생을 두고

박멸 말고 참아주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이미지 출처 : 뉴시스)

 

 

 

2022년 러브버그 대발생 이래

서울 은평구 봉산 주위로 같은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러브버그 애벌레는 죽은 나무와 낙엽을 분해하고

성충이 되면 꽃의 수정을 도와 열매를 맺게 하며

쏘지도 물지도 않는 무해한 생명체인데

어떻게 죽일지에만 집중되고 있는 방역 여론은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한겨레와의 인터뷰 전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우리가 생태에 대해 좀더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 잘못 만든 부분이 하나 있어요.

그 시절 바깥에서 돗자리 깔고 잤던 건 맞아요.

그때 우리는 곤충들이 가로등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컸어요.

지금은 서울 시내 가로등 어디에도 곤충 부딪히는 소리가 안 납니다.

곤충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어요. 그런데 왜 대발생이 일어날까요.

너무 많은 분이 너무 쉽게 천적이 없어졌다고 말하는데,

천적뿐 아니라 경쟁자도 중요해요.

옛날 같으면 러브버그와 같이 나오던 경쟁자들이 있었어요.

그런 경쟁자들이 없어졌어요.

러브버그만 확 줄일 수 있는 핀포인트 방역이 있으면 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냥 (살충제를) 가져다 뿌리잖아요.

그러면 하루살이도 죽고 메뚜기도 죽고 다 죽을 거 아니에요?

싹 쓸어버리면 다음엔 누가 또 갑자기 좋은 세상을 만나서 확 번식할 거 아니에요?

멤버를 교체하면서 계속 벌어질 일이죠.

러브버그는 우리에게 피해를 거의 주지 않아요.

그나마 다행인데, 다음번엔 모기가 ? 이거 봐라, 우리랑 경쟁할 놈이 아무도 없네

그럴 수 있어요. 그때는 어떻게 할 건가요?

조금 진정하고, 어떤 의미에서 참아주는 게 더 좋은 전략일 수 있습니다.

 

 

 

왜 최근 수년간 은평구에서 대벌레·러브버그가 대발생했을까요?

최근 은평구 쪽은 러브버그가 다소 줄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은평구에 그나마 자연이 있어서 발생했겠죠.

생태계 순환의 마지막이 분해하는 단계잖아요.

러브버그 유충이 거기에 관여하는 아이들입니다.

그렇다면 왜 줄었을까. 대발생 이후 자원을 상당히 소진했기 때문에

자원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봅니다).

만약 그렇다면 (러브버그가 대발생하지 않기까지) 기다리면 되죠.

뒷짐 지고 1~2주만 참아주자.

모니터링도 안 한 상태에서 조심스럽지만,

어쩌면 우리는 상황을 점점 악화시키고 있을지 모릅니다.

(방제를 통해) 경쟁자들을 계속 제거해주고 있으니까.

‘(러브버그들은) 내년에도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

살게 되니까, 대발생의 호기를 계속 누릴 수 있겠다.’ 저 같으면 이런 가설을 세울 거예요.

 

 

 

서울 은평구청이 관내 봉산에 기존 숲을 없애고 편백림을 조성했어요.

전기로 물을 끌어다 키웁니다. 아래에 참나무류가 올라오면 사람을 동원해서 베어냅니다.

인간은 왜 이렇게 자연을 대할까요.

 

생명다양성재단에서 2022년 지저분 정신 캠페인을 했어요.

좀 지저분하게 놔두자는 거예요.

원래 숲이라는 곳은 관목도 있고 넝쿨도 있고,

그래서 지저분하게 보이고 그 지저분하고 어두컴컴한 속에 뱀도 살고 이래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관리하는 숲은 깔끔하잖아요. 뱀도 숨을 곳이 없고.

우리나라 숲에는 동물이 없고 나무만 있어요.

동물이 돌아오려면 지저분해야 합니다. 열대 정글이 대표적이죠.

사람들은 메타세쿼이아면 메타세쿼이아만 반복적으로 있는 거에 감동해요.

산에 갔는데 복잡하면 감동하지 않아요. 인간의 본능인 것 같아요.

 

오늘 포럼 강연에서도 제가 인간은 다양성을 혐오한다고 했어요.

자연은 순수를 내버려두지 않고 끊임없이 분화하죠.

지금 인류 사회에 제일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다양성이잖아요.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천만의 말씀이잖아요.

회의할 때 누가 삐딱한 소리를 하면 째려보잖아요.

회의를 왜 하나요? 한목소리로 통일하기 위해서잖아요.

제가 보기에 인간은 다양성을 추구할 의사가 없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미국 예일대학 교수가 쓴 책을 읽었어요.

인간사회에서 다양성이 중요해진 게 역사가 짧대요. 생각해보세요.

지금은 다양성을 강조하지만, (인간은) 계속 권위주의 시대를 살았잖아요.”

 

 

 

4년 임기 단체장이 수십 년 된 나무들을 베고

수천 년 된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버려도 될까요.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한다고 할 때

제가 당신이 대통령이지만 국가의 자연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국민이 부여한 게 아니다라고 공개발언을 했어요.

4대강을 이으면 그 강에 따로따로 살던 생물이 합쳐지고

새로운 경쟁 체제가 만들어질 텐데 그런 짓을 감히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아무리 4대강 사업에 성공해서 미국보다 잘사는 나라가 돼도,

포클레인을 끌고 가서 강바닥을 긁을 때 혼비백산할

줄납자루, 피라미를 알기 때문에 반대한다.

대통령이 무지해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것 같다고 했죠.

이 발언에 (이 대통령이) 격노했죠.”

 

 

 

러브버그 대발생, 꿀벌 실종 등 곤충들이 이상 신호를 보내지만,

정부는 기후위기 탓만 하는 것 같습니다.

 

기후변화가 원인일 수 있겠죠.

어느 순간, 기후 얘기만 하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되죠.

기후위기에 떠넘기는 수준이에요.

정치나 행정 하는 분들에게 기후는 빠져나가기 쉬운 핑곗거리가 돼버린 것 같습니다.

전 인류적인 일이라며 마치 면죄부가 된 것 같은.

미국 정부는 꿀벌이 사라지자 천문학적인 돈을 썼어요.

2006년부터 전자파, 살충제, 별의별 걸 다 올려놓고 연구했지만 결론이 없어요.

살충제를 제일 유력한 주범으로 보지만, 살충제 안 뿌리는 곳에서도 벌어지는 일이 있어요.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거죠.

 

 

 

2년 전 취재 중 농촌진흥청 담당 과장은

‘꿀벌 실종은 살충제 문제가 아니라고 100% 확신한다.

응애 문제다’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확신합니까? 미국은 그런 일이 터지면 일단 과학자에게 물어요.

제대로 된 과학자는 답이 없죠. 실험을 안 했는데, 답이 있을 리 없잖아요.

그래서 연구를 시작합니다. 10년도 걸리죠. 근데 우리는 너무 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