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2014년 강원도 영월에서
16살이 된 금화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 내가 태어나는 날에도
염소들이 미친 듯이 울어댔다.
매앰 - 매앰 - ”
“ 그날 우리집에 나와 같이 귀신이 태어났다. ”
“ 엄마 뱃 속에 숨어 있다가
나보다 10분 먼저 나온 ‘그것’ 은
내 다리를 파 먹고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그 때 ‘그것’ 을 바로 죽였어야 한다고.
엄마는 우릴 낳고 일주일 뒤에 죽었고
아빠는 자살했다. ”
2019년 2월 20일에 개봉한 영화 <사바하> 는
영화 <검은 사제들> 로 영화계에 신선한 파장을
불러일으킨 장재현 감독의 작품으로
러닝타임 두시간 분량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영화의 줄거리
신흥 종교 집단 사슴동산을 추적중인
종교문제연구소의 박웅재 목사(이정재).
강원도 영월 터널에서 시멘트에 파묻힌채
사체로 발견된 여중생 살인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정진영).
악과 싸우며 하늘의 일을 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광목천왕 정나한(박정민).
1999년 태어난 쌍둥이 자매 금화(이재인)와 ‘그것’
이들의 접점은 여섯손가락을 가진 미륵,
풍사 김제석(유지태)의 불멸의 생에 대한 존폐 여부다.
“그것이 태어나고 모든 사건이 시작되었다!”
흉측한 모습으로 태어나 일찍 죽을 줄로만 알고
출생신고도 하지 않았던 ‘그것’ .
‘그것’ 은
김제석을 자멸시킬 김제석의 탄생이다.
‘그것’ 과 김풍사를 동일시 하는 것은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이것이 태어남으로 저것이 태어나고
이것이 멸하면 저것이 멸한다는
불교의 연기설 때문이다.
가득찬 곳간에서 인심나듯,
불사의 삶을 사는 미륵 김제석은
인자함으로 세상을 안고
세상을 구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상상해보라.
죽지않는 불멸의 삶을 사는 사람이
제아무리 모순으로 가득차고
고통만 난무하는 인간사라 해도
일희일비하겠는가?
인간은 죽음을 전제로
제한된 시간안에 살아가기에
니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내가 손해니, 니가 손해니
왁자지껄 따지며 시끄러운 삶을 산다.
그런데,
불사의 삶을 걷던 풍사 김제석은
네충탄파를 만나게 되면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이 되고 만다.
풍사 김제석이 태어난 해(1899년)로부터
100년 뒤 김제석의 천적(1999년 뱀띠)이 태어나고
천적 뱀이 피 흘리는 날
김제석의 불멸의 생이 끝날것이란
티벳 대승 네충탄파의 예언을 듣게 되면서
중생을 구제하던 미륵불 풍사 김제석은
영생 즉, 불사에 대한 집착으로
자신의 천적이 될
1999년생 뱀띠 여자아이를 제거하려는
악한 마음을 품게 되고
그 악한 마음은 동시에
그의 악함을 저지하려는
‘그것’ 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풍사 김제석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으로 강등되어진다.
김제석의 집착이
김제석의 영생을
소멸시킨것이다.
영화의 메세지
영화 사바하의 메세지는
해안스님의 대사,
티벳 대승 네충텐파의 대사,
박웅재 목사의 대사에서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대사를 옮겨본다.
1985년 동방교의 교주 풍사 김제석은
티벳 대승 네충텐파의 예언을 들은 후,
갑자기 동방교를 해체하고
종적을 감추고 경전(항마경)을 쓴다.
항마경의 일부를 읽는 박웅재 목사 :
엎드린 슬픈 짐승들이 날개를 달고
다시 태어나 태토에 뿌려져 있는 뱀들을 밟을 것이니
등불을 지키는 짐승아, 뱀을 밟을 별들아
눈물을 닦고 떨리는 몸을 덮지 말고
소녀의 몸에 움튼 뱀을 잡으라
그 뱀들의 눈은 아름답고
뱀의 혀는 달콤할 것이니
용맹한 짐승들아
뱀의 눈을 보지 마라
뱀의 말을 듣지 마라
오직 그 뱀들이 피만이 너희를 정결케 하리라
인자한 여래의 미소 아래
내 짐승들은 뱀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다시 태어나리니
여래의 밝은 빛이 너희를 지켜주리라
박웅재 목사 :
친구 하나가 신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해서 남아공으로 선교를 갔어
기도도 참 열심히 하고 신실한 부부였어
그런데 몇 년 있다가 친구 혼자 돌아왔더라구
가족이 전부 총에 맞아 죽었거든
두 살난 아들도 갓 태어난 딸도 모두 죽었어
근데 범인으로 잡힌 그 열세살짜리
무슬림 아이가 한 말이 뭔지 알아?
신의 뜻이래.
난 아직도 모르겠다.
우리는 저 밑바닥에서 정말 개미들처럼
지지고 볶고 있는데
도대체 우리의 하나님은 어디에서 뭘하고 계시는지.
해안스님(진선교) :
선배, 불교엔 악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왕 파순도, 수라도
그 어원을 따라가면
전부 인간의 욕망과 집착의 표현일뿐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그게 악인거죠.
티벳 대승 네충텐파 :
1985년 이었습니다.
스승님을 뵈었을 때가.
그(풍사 김제석)는 미륵입니다.
선으로 악을 이기며
중생을 자유롭게 해 주실 화신, 미륵불
분명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그의 열두 손가락
그리고 그의 향기
한국에 등불이 살아 계신다는 것은
아주 복된 일입니다.
보통 대승불교에서 성불은 선의 극치를 뜻하지요.
하지만 티베트 불교인 이 밀교는
일본으로 넘어가 여러 가지 변형들이 생기는데
그들에게 있어 성불은 육체를 이기는 것입니다.
인간 한계의 마지막, 바로 불사입니다.
영원한 삶.
사바세계의 모든 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낮은 땅에서 지렁이가 태어나면
그 위 높은 곳에서 그것을 잡는
매가 태어나는 것이죠.
그를 위해 예언을 해 드렸습니다.
100년 뒤에 그가 태어난 바로 그 곳에서
그를 해칠 천적이 태어날 것이라고
그것이 피 흘리는 바로 그 날
그가 소멸될 것입니다.
박웅재 목사 :
매년 성탄절이면 난 이런 생각을 했어.
사실 이 날은 너무 슬픈 날이라고.
아기 예수가 태어나기 위해 베들레헴의
수많은 아이가 죽었거든.
유대인의 왕이 태어난다는
동방박사의 예언을 듣고
헤롯왕이 심히 노하여 사람들을 보내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역의 사내아이들을
그 때 기준으로 두 살 부터 그 밑으로 모두 죽이니
(마태복음 2장 16절)
박웅재 목사 :
니(정나한)가 가장 고통스러운건
니들이 아비라 부르던 그것(풍사 김제석)이
그냥 고깃덩어리였다는거야.
그냥 불쌍하게 태어난
죄없는 아이들만 있었던것뿐이야.
뱀 같은건 처음부터 없었어.
영화를 보고 느낀 점
영화 사바하를 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더욱 굳어졌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나는
불교 교리에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 중 불교의 연기설도 한 몫 한다.
욕망의 집착으로
앙심을 품게 되고
한 발 더 나아가
복수를 획책하면
그것을 저지하려는 무엇이
자동적으로 태어난다.
집착이 악으로 변해
활활 불타는 부메랑을 던지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세상에 조금 더 너그러워지자.
너그러운 마음가짐은
그로 인한 삶의 평안을
내게 선물해 줄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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