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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시집 - 이 시대의 사랑

일찌기 나는 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마른 빵에 핀 곰팡이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주지 않았다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가면서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나는너를모른다 나는너를모른다.너당신그대, 행복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개같은 가을이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매독 같은 가을.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여보세..

일자 샌드 - 센서티브 Highly Sensitive People

저자 일자 샌드 Ilse Sand  스스로를 매우 민감한 성향의 소유자로 규정하는 저자 일자 샌드 Ilse Sand 는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융과 키르케고르에 관한 석사 논문을 썼으며 덴마크 국립 교회에서 교구 목사로 재직하였고 현재 지도교수, 상담지도사, 연설가, 심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다.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을 경험한 저자 일자 샌드 Ilse Sand 는 그때 받은 슬픔의 고통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힘들어했다고 한다. 마음 속 깊이 자리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심리 치료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깊은 차원의 감정을 이야기 했을 때 행복해지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심리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를 키웠고 세상의 모든 민감한 사람을 치유하고 돕는 계기가 되었..

원교근공 - 遠交近攻

원교근공 遠交近攻 은 최초로 중국 통일을 이룬 진나라의 중요 정책으로전국시대 위나라의 정치가 범수가진나라 소양왕에게 제안한 책략의 말이다. 중원의 패자가 되고자 했던 진나라 소양왕은중원의 여섯 나라 중 가장 막강했던 제나라를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에 범수는 소양왕을 찾아가 이르기를, 제나라는 진나라에서 거리가 멀고 세력도 가장 큽니다.한나라와 위나라, 두 나라를 거쳐야만제나라를 공격할 수 있기에 병력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병력을 많이 투입하여 승리를 거두더라도먼 길 전투에 군력 소모가 커 제나라까지 차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와는 우호관계를 맺고가까운 나라부터 공격하는 것이 낫습니다.이와 같이 한다면,한 치의 땅을 얻어도 왕의 땅,한 자 땅을 얻어도 왕의 땅이 될 것입니다...

고사성어+한시 2024.11.10

김행숙 시집 - 에코의 초상

물방울 시계 흉기가 되도록 뾰족해졌다. 그러나 어떤 시간도 공기와 같아서 삼켜야 하는 것. 꺽꺽, 네가 시간을 뱉었을 때, 아무도 몰랐다. 그것은 전혀 다른 시간이었다. 무거워진 물방울이 떨어질 때, 함께 깨지고, 합쳐지고, 한 줄기처럼 흘러가자. 물방울의 형태로 매달릴 수 없는 무게와 물방울의 형태로 매달리지 않는 무게가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다. 너는 조금 일찍 떨어져도 돼. 어떤 새가 제 무게를 견디며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겠니? 밤에, 나무에 깃드는 새와 아침에, 나무를 떠나는 새는 같은 새의 다른 가능성, 다른 꿈들. 어떤 시간은 새와 같아서 구부러진 발톱으로 붙잡고, 부리로 쪼고, 작은 몸통을 울리며 신기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아무것도 없고 망설임도 없는 것처럼 날아간다, 그때도 그랬지, ..

오은 시집 - 없음의 대명사

그것들 열면 그것들이 있었다. 보란 듯이. 잊어도 있겠다는 듯이, 있어서 잊지 못할 거라는 듯이. 그러나 잊으려고 열었다. 있으면 생각나니까, 나타나니까, 나를 옥죄니까. 잊지 못하니까.있지 않을 거야, 있지 않을지도 몰라, 있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들은 잊었다. 잊지 못할 거야, 영영 잊지 못할지도 모르지, 잊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어김없이 있었다.그것들은 바깥에 있었다. 안에서는 모르는 곳에. 안은 안온해서, 평이해서, 비슷해서 알 수 없었다. 속사정은 여간해선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다. 몸을 웅크려 농밀해지기만 한다.평생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열 마음과 여는 손만 있다면. 없어도 계속 생각날 것이다. 머릿속에 나타날 것이다. 가슴을 옥죌 것이다. 없음은 있었음을 끊임없이 두드릴 것이..

황동규 시집 - 봄비를 맞다

터키 에베소에서 만난 젊은이 이십 년 전 터키 에베소에서노래하듯 원 달러 원 달러 건강한 목소리로사진첩 내밀던 젊은이팔고 갈 때 보니관광객들 앞에서 봬주지 않던 절름발심하게 절름절름.지금 생각해도 그 청년탁자 한 귀퉁이에 아슬아슬 놓인 찻잔 같다.살 사람들 앞에서 그만큼 절름절름댔으면사진첩 몇 권씩은 더 팔았을 텐데.하나 그게 바로 인간이자기 삶 사는 법도 아닌가? 숨을 잠시 멈춘다.무언가에 마음이 주춤주춤.나는 초년 고생도 불고 다니는 사람,지난날을 헤집다가 그 젊은이 만나면찻잔보다 마음이 먼저 엎질러진다.            생각을 멈추다 몸과 마음 고단해 조금 늦게 나선 산책길,해 아직 남아 있을 하늘 쪽을뭉게구름이 두텁게 막고 있다.어린 시절친구 집 방구석에 무얼 가리고 있던 병풍처럼하늘 한편을 ..

이시영 시집 - 나비가 돌아왔다

목월 木月 선생 성심여고 후문에서 산천동 깔그막 용산성당 올라가는 길, 누가 뒤에서 “이 군!” 하고 불렀다.돌아보니 키 큰 목월 선생이 거기 서 계셨다. “이 군, 시는 그렇게 쓰면 안 된데이.” 반가움에 왈칵 달려갔더니 선생은 안 계시고 웬 낯선 청노루힐빌라.전차 종점 가까운 원효로4가, 낡은 제과점 봉투를 든 선생께서 길을 건너고 계셨다. 선생님! 하고 불렀더니 돌아서시며 이 군인가? 들어가제이. 거기서 가까운 맑은 2층 목조 적산가옥. 삐걱이는 계단을 올라 다다미방에 앉으며 말씀하셨지. “이 군, 시는 그렇게 쓰면 안 된데이.” 지난주 드린 시에 일일이 붉은 밑줄 친 노트를 돌려주며 하시던 말씀.오늘도 산천동 그 고갯길 오르며 문득 돌아본다.  “이 군!” 하며 부르는 소리 있을 것 같아.    ..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 유시민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이 책의 제목이 이미 알려주듯, 윤석열에 대한 유시민 작가의 개인적인 소회를 쓴 책이다. 유 작가는 20세기 고전 반열에 오른 책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언급하며 윤석열 덕분에 정치학 이론을 더 깊이 있게 이해했다며 서문을 연다. 유 작가는 윤석열 정부의 최대 리스크는 윤석열이라며 도자기 박물관 속의 코끼리, 주관적 철인왕, 친미사대주의자, 방구석 여포, 완성형 권력자, 정치업자, 김건희 특검법의 잠재적 피의자, 배신의 아이콘 등 윤석열에게 숱한 별명을 지어주며 윤석열을 그냥 - 막 깐다. 상상조차 해 본 바 없는 인물 대통령 윤석열에 어처구니를 잃어버렸던 나는, 이 책을 읽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대한민국의 검찰이었다가 한 나라를 이끌 대통령이 된 윤석열의 개..

아이폰16 패닉풀 현상 자가진단과 해결방안

출시 초기 흥행실패를 예상했던 아이폰 16 시리즈는 예상과 달리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대 판매량의 기록을 세웠어요. 그런데 최근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16 시리즈를 구매한 사용자들 사이에서 괜히 샀다는 불만이 켜지고 있다고 해요. 패닉풀 Panic-Full 현상으로 인해 겪게 되는 불편 때문인데요. VN익스프레스 등의 외신에 따르면 베트남과 국내에서 일부 아이폰 16 사용자들이 패닉풀 현상으로 불만 호소가 늘고 있다고 해요. 2022년 출시된 아이폰 14 시리즈 초기에도 패닉풀 현상으로 인해 문제시 됐던 적이 있는데요. 패닉풀 현상은 발생빈도를 예측할 수 없어 사용자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해요. 잦은 패닉풀 현상은 리퍼비시의 사유에 해당하는데요. 기기 오작동 패닉풀 현상에 대해 애플코리..

화광동진 - 和光同塵

화광동진은 노자의 도덕경56장에서 유래한 사자성어이다. 화광동진은빛에 화하여 먼지와 함께 함을 뜻하며자신의 재능과 지혜를 감추어 표출치 않고세속에 묻히는 것을 말하며세상과 화합하여 다른 체하지 않음을 뜻한다. 가진 지혜를 자랑치 않고되려 눈에 띄지 않게 흐리게 하여세속의 인파 속에 조용히 묻히는 것이다.  화광 和光 은 빛을 부드럽게 한다는 의미며동진 同塵 은 세상 사람들과 함께 함을 의미한다.  불교에서는부처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부처 본연의 본색을 감추고속세에 나타남을 화광동진이라 일컫는데이는 중국에 불교가 전해진 이후대중에게 불교의 전파를 위해노자의 사상을 차용한 것이라 봐야 한다. 노자 도덕경 56장은 다음과 같다. 知者不言지자불언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言者不知 언자부지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하..

고사성어+한시 202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