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한시

이판사판 - 理判事判

HUSH 感나무 2024. 9. 29. 19:43

 

 

 

 

 

 

 

이판사판 理判事判

막다른 지경에 이르러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에서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의 표현이다.

 

이판사판은, 불교 용어로

이판 理判 과 사판 事判 의 합성어다.

 

이판과 사판은

승려의 업무에 따라 구별되어 사용된 말로

이판승 理判僧 은

참선을 통해 수행에 정진하는 승려를 일컬었고

사판승 事判僧 은

절의 사무, 노역에 종사하는 승려를 일컬었다.

 

조선시대 억불숭유 抑佛崇儒 정책으로

잡역에 더해 조공을 바치느라

제대로 된 수행 정진을 할 수 없던 승려들은

고육지책으로 공부에 전념하는 이판승과

절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사판승으로 분류해야만 했다.

 

그러나 불도에만 정진하는 이판승을 택하면

절의 관리운영이 부실해지고,

절의 관리운영에만 열중하는 사판승을 택하면

공부가 부족해 승려의 자질을 의심받았다.

이러한 심리적 갈등으로 인해

이판사판 이라는 말이 유래하였다는 설이 있다.

 

또다른 설로는

조선시대 억불숭유 抑佛崇儒 를 국시로 삼았기에

승려는 천민으로 전락하게 되었고

그런 국면에 이판승이 되건 사판승이 되건

부정적 의미로 인생 끝장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대한제국 말기의 이능화 李能和 국학자가 쓴

조선불교통사 朝鮮佛敎通史 하권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조선의 사찰 내에는

이판승(理判僧)과 사판승(事判僧)을

구별하는 명칭이 있다.

이판(理判)은 대개 참선하고 경전을 강론하고

수행하고 포교[弘法]하는 승려들을 일컫는다.

세속에서는 소위 공부승(工夫僧)이라고도 한다.

사판(事判)은 재산을 운영하고 사업을 하는 등의

사무 처리에 힘쓰는 승려이다.

세속에서는 이른바 산림승(山林僧)이라고도 하는데,

산림이라는 것은

곧 일체의 산업·사무를 주관하는 것을 말한다.

이판과 사판은 그 어느 한쪽이라도 없어서는 안 된다.

이판승이 아니면 부처님의 혜명(慧命)을 이을 수 없고,

사판승이 아니면 가람을 보호·유지할 수 없다.

옛날로 말하면 청허(淸虛)·부휴(浮休)·벽암(碧巖)·백곡(百谷) 등의

여러 대사들이 이판과 사판을 겸했다.

 

…   중략   …

 

약휴(若休) 화상(和尙)은 사판승으로서

선암사를 잘 수호하였고,

우은(愚隱) 화상도 사판승으로서

유점사의 중창을 능히 이루어 냈다.

이 두 화상 같은 분들은 이(理)와 사(事) 모두에

융통한 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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