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감나무집 허쉬입니다.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국제정치학과 부교수 브라이언 클라스의 EBS 위대한 수업 강의를 녹취해봅니다.
브라이언 클라스는 우리에게 권력은 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지 권력자의 뇌는 어떤지 그리고 더 나은 사람을 뽑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유엔의 외교관들의 면책 특권과 뉴욕 경찰의 무작위성 청렴성 시험, 알래스카 스테빈시의 경찰을 예시로 시스템의 재설계를 설파하고 극도로 악한 권력자가 될 수 있는 어둠의 3요소(사이코패스, 마키아밸리즘, 나르시시즘)를 가진 사람을 권력자로 선택하지 않아야 된다고 강조합니다.
2024년 12월 현재, 우리에게 너무나 필요한 유익한 내용인것 같습니다.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엔은 자국을 대표하는 사절단이 뉴욕에 오는 경우, 외교관 면책 특권을 부여합니다.
여러분이 유엔의 외교관으로 뉴욕에서 근무한다면, 범죄를 저질러도 기소되지 않는다는 뜻이죠. 면책 특권은 불법 주차에도 적용됐는데 이를 악용하는 외교관들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뉴욕시가 외교관들에게 받지 못한 과태료가 1,800만 달러에 달했어요.
그런데 20년 전 당시 뉴욕 시장이었던 마이클 블룸버그가 제재를 가하기로 했죠.
그는 법을 바꿨습니다. 면책 특권으로 당신을 기소하지는 못하지만 면책 특권이 차까지 보호하는 건 아닙니다. 불법 주차를 하면 차를 견인해 압류하겠어요.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사회 과학자들이 말하는 자연 실험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법 개정 전에 외교관들은 무슨 짓을 해도 괜찮았죠. 규칙이 없던 서부 시대처럼요.
하지만 법 개정 후에는 권력 남용의 대가를 치르게 됐습니다. 불법 주차를 하면 차를 잃는 겁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정말 놀라웠던 건 법이 적용되지 않았을 때는 권력 남용과 문화의 부패 정도가 밀접한 관련이 있었죠.
부패한 나라의 외교관일수록 더 부패한 모습을 보였죠.
이집트나 예멘, 사하라 이남의 차드 같은 곳들인데 한 명당 190장의 주차딱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죠. 외교관인데도 돈을 안 낸 주차 딱지가 수백 장이라니요.
그럼 덜 부패한 나라는 어땠을까요?
노르웨이나 일본에서 온 외교관들의 위반 횟수는 아주 적었습니다. 한두 번 위반했거나 위반한 적이 없는 경우도 있었죠. 법이 없고 제재가 없었을 때는 자국 문화의 부패 정도가 개인의 행동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강제력과 처벌 조항이 생기자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그것도 한순간에요. 불법 주차를 일삼던 이집트와 예멘의 외교관들이 노르웨이와 일본 외교관처럼 행동하기 시작했죠. 책임을 부여하자 권력 남용의 양상이 변한 겁니다.
법이 느슨하고 구멍이 있을 때는 문화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는 거예요. 그럼 시스템이 중요해지죠. 그런데 시스템이 법을 바꾸고 권력 남용에 벌칙을 부과하면 책임을 지우는 것만으로도 선한 행동을 끌어낼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제가 이 연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이거예요.
노르웨이나 일본에서 온 외교관들도 느슨한 시스템 속에 장시간 체류하게 되자 그러니까 법 개정 이전의 뉴욕에 오래 머물다 보니 불법 주차의 횟수가 늘어났다는 겁니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냥 넘어가면 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인간 사회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대목이죠. 권력에 대한 담론에서도 중요합니다.
권력은 부패할까요?
중요한 질문을 해 봅시다. 권력은 부패할까요? 액턴 경은 그렇게 생각했고 이런 격언까지 썼죠.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
- 존 달버그 액턴 (영국 정치가, 역사학자)
이 말은 권력과 권력으로 변하는 사람들을 얘기할 때 쓰는 말이 됐죠. 권력이 부패하는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다뤄야 할 권력의 영역이 또 있죠.
어떤 상황이 와도 권력을 가지면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떨까요? 소위 사이코패스들이죠.
이들은 ‘어둠의 3요소’ 를 갖습니다. 말 그대로 세가지 특징이에요.
첫 번째는 사이코패스 성향입니다.
두 번째는 마키아벨리즘으로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생각하죠. 목표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거예요.
세 번째는 나르시시즘입니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어둠의 3요소를 가진 사람들은 사이코패스 성향, 마키아벨리즘, 나르시시즘 정도가 높죠.
이들은 극도로 악한 권력자가 됩니다.
이유는 두 가집니다.
첫째, 권력 획득에 집착하기 때문이죠. 선천적으로 권력을 갈망하거든요.
둘째, 권력 획득에 굉장히 능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죠.
사이코패스를 가장 잘 묘사한 말이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은 ‘피상적 매력’ 이거든요.
피상적 매력 Superficial Charm
자신이 실제로 믿거나 하고 싶은 일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호평을 받기 때문에 말하거나 행동하는 사회적 행위
(온화하고 언변이 유창한 경향이 있음)
제가 만난 사이코패스 연구자(신경과학자 · 심리학자 · 법의학자)들은 모두 같은 말을 했죠.
“사이코패스는 피상적 매력을 갖는다.”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죠.
그 이유는 사이코패스는 섞여들어가는 법과 선해 보이는 법을 안다는 겁니다. 이는 공감능력과 직결되죠.
보통 사람들은 공감 스위치가 늘 켜져 있지만 사이코패스는 정반대입니다. 공감 스위치가 항상 꺼져 있어요. 공감이 필요할 때 스위치를 켜는 겁니다. 스위치가 켜지면 보통 사람과 같은 심리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실은 위험한 사람인데 무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죠.
현대 사회의 권력 시스템을 생각해 봅시다.
그 속에서 우린 뭘 하죠? 면접을 보고 선거를 치릅니다. 피상적 매력이 가장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들입니다.
단시간에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야죠.
안타깝게도 사이코패는 치료가 안 됩니다. 뇌 안에 있는 편도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해결책은 사이코패스가 책임자인 시스템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사이코패스에게 권력을 주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에 따라 처방전을 다르게 써야겠죠. 보통 사람들은 시스템을 개선해서 권력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올바른 사람을 리더에 올리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에게 권력의 부패 여부는 상관없죠. 그들은 이미 부패했으니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이코패스들에게 권력을 주지 않는 겁니다.
권력을 얻지 못하게 아예 싹을 잘라야 해요.
오늘날 권력 시스템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정치학자인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못 봤죠.
“헛 수고 하시네요. 이미 답은 찾았어요.” “권력이 잘 작동하는 법을 이미 알아냈다고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리더들을 보며 아쉽다고 생각하죠. 더 나은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거라고요.
핵심은 권력의 작동 방식과 권력 주변의 역학을 바꾸는 것, 사회에서 가장 좋은 삶을 권력에 끌어들일 수 있도록요.
어떻게 할까요?
우선 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 고민해 봐야죠.
여기에도 자기 선택 편향의 문제가 있습니다. 특정 성향의 사람들이 권력에 달려든다는 거예요. 소위 권력에 굶주린 사람들이죠.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그들은 권력을 얻고야 맙니다. 권력을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책임자가 되는 거죠. 그들은 권력을 목표로 생각해요. 그래서 권력자가 되고 싶은 거죠.
우리에겐 권력을 도구로 보는 사람이 필요해요.
남을 돕고 삶을 좋게 만드는 메커니즘으로 말이죠. 권력자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요.
하지만 현실은 늘 반대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최악의 사람을 염두에 두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걸 뒤집으면 돼요. 권력을 쥐면 안 될 이들이 권력에 끌린다는 사실을 안다면요.
이들이 권력을 탐할 것을 염두하고 시스템을 설계한 다음, 그러지 못하게 안전 장치를 둬야 합니다. 그리고 이미 권력을 쥔 나쁜 사람들을 추리는 거죠. 우리는 권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을 권좌에 앉혀야 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권력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최고의 사람들은 애초에 권력을 원하지 않아요.
무작위성, 채용방식, 순환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몇 가지 방법을 알려 드리죠.
① 무작위성
무작위성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무작위성의 힘은 사람들을 권력으로 끌어들일 뿐 아니라 권력을 남용한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도 쓸 수 있죠.
여러분이 뉴욕 경찰국의 경찰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전화가 울립니다. 현장으로 출동하세요. 현장에 도착한 여러분 눈앞에는 2만 달러와 엄청난 금전적 가치를 지닌 마약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모르는 사실은 범죄 현장이 가짜라는 겁니다.
벽 뒤에는 카메라가, 천장에는 마이크가 숨겨져 있죠. 이건 ‘청렴성 시험’ 이었습니다. 경찰이 권력을 남용하고 돈을 훔치는지 또는 마약을 슬쩍하는지를 보기 위한 테스트죠. 정말 놀라운 사실은 대상이 무작위라는 겁니다. 경찰이라면 누구나 수사 대상이라는 거죠. 무작위성은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왜냐하면 범죄 현장이 진짜라도 경찰관들은 가짜라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파장은 엄청났죠. 이제 경찰들은 범죄 현장에 갈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할 테니까요.
‘카메라가 있나?’ ‘천장에 마이크가 있나?’ ‘감시하는 거 아냐?’
그러곤 옳은 행동을 하죠. 단, 5백 번의 무작위 시험이 시스템을 개선한 겁니다.
이게 무작위성의 힘입니다. 권력을 가진 이가 올바른 행동을 하게 만들죠. 정치인이나 경찰에게 무작위 청렴성 시험을 해야 합니다. 자주 할 필요도 없어요. 한 번이면 됩니다. 들키는 게 두려워서 한 행동이라도 결과는 같아요. 시스템을 정화해 주죠. 이게 권력 남용과 부패를 폭로하는 무작위성의 힘입니다.
② 채용 방식
이 외에 권력을 쥐는 사람들을 채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합니다.
스테빈스의 문제는 경찰 지원자가 없다는 거였죠.
경찰을 모집해도 필요한 인원수를 채우지 못해 지원자들은 100% 제복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파괴적인 결과로 나타났죠. 한때 스테빈스의 모든 경찰관이 범죄자였기 때문입니다. 모두 중죄를 저질렀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권력이 주어지는 자리를 광고하고 채용할 때 지원자 풀을 확장하고 심화할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3. 순환
다음으로 생각할 문제는 순환입니다. 사람들을 순환시켜야 한다는 거죠. 권력을 쥔 사람들끼리 편해지지 않도록요. 순환이 중요한 이유는 권력 남용 현상이 함께 일하는 사람이 편해질 때 생기기 때문입니다. 나쁜 짓을 해도 누설하지 않을 거라 믿거든요.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6개월마다 새 인원을 배치하는 거죠. 새로운 사람은 믿을 수 없는데다 권력 구조 안에 새로 합류한 사람이 윤리 기준 위반이나 기존의 부패에 불만을 가지면 입을 열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위험 부담이 큰 억지력을 갖는 겁니다. 저는 회사의 고위직을 원하거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권력을 내려놓으시겠습니까? 즉,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내려올 거냐는 거죠.
신시나투스(B.C 519~430, 로마정치가)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죠.
그는 권력의 부름을 받아 짧은 임기를 채운 인물입니다. 신시나투스는 두 번 권력을 잡았고 두 번 모두 목표를 이뤘죠. 그렇게 위기를 수습한 뒤 권력을 내려놓고 자신의 농장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신시나투스에게 권력은 짐이었죠. 권력은 그래야만 합니다. 권력은 불편해야 해요. 권력은 즐기는 게 아닙니다. 권력자의 결정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생기니까요. 서로 도우면 좋겠지만 권력자의 결정에는 각기 다른 결과가 따르죠.
승자와 패자가 나뉩니다. 패자들은 권력자의 책임이죠. 제대로 행해진 권력은 권력자의 의식과 양심을 짓누르는 일, 권력은 마음을 무겁게 하고 밤에 잠 못 들게 하죠. 그렇지 않다면 권력자 감이 아니에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스템을 바꾸는 겁니다. 이미 잘된 부분도 많아요. 우리는 권력을 옳게 사용했던 사람을 권좌에 앉혀야 합니다.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우리 중 가장 좋은 사람을 끌어들여 권력을 줘야 해요. 우리 주변에도 신시나투스가 보입니다. 올바른 이유로 우연히 책임자에 오른 사람이죠. 우리 사회의 운명을 도박에 걸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만들어 가야죠. 우리가 신시나투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다리지만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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