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서해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어쩌면 당신이 거기 계실지 모르겠기에 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검은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들락거리고언제나 바다는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이겠지요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할까 봅니다내 다 가보면 당신 계실 곳이 남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