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방울 시계 흉기가 되도록 뾰족해졌다. 그러나 어떤 시간도 공기와 같아서 삼켜야 하는 것. 꺽꺽, 네가 시간을 뱉었을 때, 아무도 몰랐다. 그것은 전혀 다른 시간이었다. 무거워진 물방울이 떨어질 때, 함께 깨지고, 합쳐지고, 한 줄기처럼 흘러가자. 물방울의 형태로 매달릴 수 없는 무게와 물방울의 형태로 매달리지 않는 무게가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다. 너는 조금 일찍 떨어져도 돼. 어떤 새가 제 무게를 견디며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겠니? 밤에, 나무에 깃드는 새와 아침에, 나무를 떠나는 새는 같은 새의 다른 가능성, 다른 꿈들. 어떤 시간은 새와 같아서 구부러진 발톱으로 붙잡고, 부리로 쪼고, 작은 몸통을 울리며 신기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아무것도 없고 망설임도 없는 것처럼 날아간다, 그때도 그랬지, ..

그것들 열면 그것들이 있었다. 보란 듯이. 잊어도 있겠다는 듯이, 있어서 잊지 못할 거라는 듯이. 그러나 잊으려고 열었다. 있으면 생각나니까, 나타나니까, 나를 옥죄니까. 잊지 못하니까.있지 않을 거야, 있지 않을지도 몰라, 있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들은 잊었다. 잊지 못할 거야, 영영 잊지 못할지도 모르지, 잊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어김없이 있었다.그것들은 바깥에 있었다. 안에서는 모르는 곳에. 안은 안온해서, 평이해서, 비슷해서 알 수 없었다. 속사정은 여간해선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다. 몸을 웅크려 농밀해지기만 한다.평생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열 마음과 여는 손만 있다면. 없어도 계속 생각날 것이다. 머릿속에 나타날 것이다. 가슴을 옥죌 것이다. 없음은 있었음을 끊임없이 두드릴 것이..

터키 에베소에서 만난 젊은이 이십 년 전 터키 에베소에서노래하듯 원 달러 원 달러 건강한 목소리로사진첩 내밀던 젊은이팔고 갈 때 보니관광객들 앞에서 봬주지 않던 절름발심하게 절름절름.지금 생각해도 그 청년탁자 한 귀퉁이에 아슬아슬 놓인 찻잔 같다.살 사람들 앞에서 그만큼 절름절름댔으면사진첩 몇 권씩은 더 팔았을 텐데.하나 그게 바로 인간이자기 삶 사는 법도 아닌가? 숨을 잠시 멈춘다.무언가에 마음이 주춤주춤.나는 초년 고생도 불고 다니는 사람,지난날을 헤집다가 그 젊은이 만나면찻잔보다 마음이 먼저 엎질러진다. 생각을 멈추다 몸과 마음 고단해 조금 늦게 나선 산책길,해 아직 남아 있을 하늘 쪽을뭉게구름이 두텁게 막고 있다.어린 시절친구 집 방구석에 무얼 가리고 있던 병풍처럼하늘 한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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