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좀 읽어볼까

슬픔을 견디는 극기심으로 살았을 소월 선생의 시

HUSH 感나무 2024. 7. 6. 23:48

 

 

 

접동새

 

- 김소월 -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 나라

먼 뒷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되는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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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삼경 夜三更  :  하룻밤을 오경으로 나눈 셋째 부분. 밤 열한 시에서 새벽 한 시 사이를 일컫는다.

 

 

김소월(김정식) 시인

 

 

 

접동새는 소쩍새다.

이 시는 접동새와 까마귀의 설화를 모티브로 탄생한 시라고 한다.

설화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옛날 예산 원님댁에는 아들 일곱, 딸 하나를 슬하에 두었는데

어느날 원님의 부인이 병으로 세상을 하직하고 원님은 재혼을 하게 된다.

슬프고 서럽게도 새어머니는 매우 악독한 사람이었다.

새부인은 점쟁이와 손잡고 전처의 자식들을 죽이려 모략하고

원님은 새부인의 모략에 넘어가 자식들을 죽이게 된다.

여차저차 구사일생 아들 일곱은 아전의 양심있는 행동으로

살아남아 벼슬아치가 되었으나 하나 있던 딸은 불귀의 객이 되었다.

일곱 아들의 귀향 행차길에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일곱 오라버니 접동~ 일곱 오라버니 접동~ 하며

일 곱 형제의 사모 위에 앉았다.

죽은 누이는 접동새로 환생한 것이었다.

알고보니 못된 새어머니는 인간으로 둔갑한 곰이었고

일곱 형제는 광 속에 웅크린 곰을 발견하고 그 곰이  새어머니인줄 모르고

활로 쏴 죽였는데 곰의 사체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나와 하늘로 날아갔다.

새어머니의 혼이 까마귀로 변한 것이었다.

까마귀는 접동새가 새어머니에게 피살되었다는 사실을

일곱 형제에게 고자질 했기 때문에 일곱 형제에게

죽임 당한거라 여겨 접동새를 쫓아다녔다.

그리하여 접동새는 까마귀가 활동하는 낮에는 숨어지내고

까마귀가 활동하지 않는 밤에 나와 접동~ 접동~ 운다고 한다.

 

 

 

서럽다. 못내 서럽다.

슬프다. 못내 슬프다.

소월 선생의 시는 서럽고 슬프다.

불귀의 객이 되면 염라대왕께 목놓아 울며 하소연 하리라

소싯적부터 다짐했었는데...

삶이 지나치게 서러워서 지나치게 슬퍼서

삶이 참으로 고단했노라고

하소연 하리라 다짐했었는데...

소월 선생의 시가 위로가 된다.

염라대왕 앞에서 눈물 콧물 짜며 하소연 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