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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핀 가지

 

쉼 없이 바람결에

꽃핀 가지가 나달거린다.

쉼 없이 아이처럼

나의 마음이 흔들린다.

갠 나날과 흐린 날 사이를

욕망과 단념 사이를

 

 

꽃잎이 모두 바람에 날려 가고

가지에 열매가 열릴 때까지

치졸한 거동에 지친 내 마음이

차분히 평온 싸여

인생의 소란한 놀이도 즐거웠고

헛되지 않았다고 말할 때까지

 

 

 

 

 

 

 

추방된 사람

 

구름은 서로 얽히고

소나무는 폭풍에 굽고

빨갛게 타는 저녁 노을

산에도 나무에도

괴로운 꿈처럼

하느님의 손이 무겁게 놓여 있다.

 

축복 없는 세월

길마다 부는 폭풍

고향은 아무 데도 없고

혼미와 과오가 있을 뿐

나의 영혼에 무겁게

하느님의 손이 놓여 있다.

 

모든 죄에서

암흑의 나락에서 벗어날

오직 하나의 소원은

드디어 안식을 얻어

다시 돌아오지 않을

무덤으로 가는 것

 

 

헤르만 헤세의 시집

< 젊은 날의 시집 >  < 고독한 사람의 음악 > 

< 밤의 위안 >  < 새 시집 > 에서 발췌한

헤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엄선된

시 139편과 수채화 34편을 수록하고 있는 책이다.

 

문예출판사 책 소개에 따르면

헤세의 많은 시집 중에서 작품성을 간파할 수 있는 기둥이 되는

중요한 시집들이라고 한다.

 

 

 

 

낭만과 서정에 대한 관심이 퇴색하고

순간의 쾌락과 흥밋거리에 탐닉하는 요즘,

세태의 고독과 방랑을 느린 음조로 노래하는 시집을

출판하는 것에 대한 오랜 고민과 갈등이 있었다고 출판사는 전한다.

좀처럼 팔리지 않는 시집을 출판하는 것이

무슨 이득이 있겠냐는 깊은 고민으로 인해

시집 출판 여부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독자들 의견을 물었고

뜻밖에도 단시간 100여 명에 가까운 독자들이

응원과 격려의 답변을 보내주어

출판사는 채산성이 낮더라도 시의 대중화를 위해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

 

 

 

 

독일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인 헤세는

아름다운 문체와 섬세한 묘사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작가로

독일 남구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1877년 태어났다.

 

그는 유서깊은 신학자 가문에서 태어나

13세에 라틴어 학교에 입학하고

그 이듬해에는 마울브론 신학교에 들어갔으나

신학교의 속박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와

한때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시인이 되기를 꿈꾼 뒤 서점 점원, 시계공장노동자 등의

직업을 전전하며 문학수업을 병행했고

그러던 중 처녀시집 < 낭만적인 노래 > 가

릴케에게 인정받아 문단의 눈길을 끌게 된다.

낭만주의적인 글을 썼던 헤세는

1차 세계대전의 야만성과 불행했던 가정사,

동양사상과 정신분석학자 융의 영향을 받아

< 나 > 를 찾는 것을 삶의 목표로 내면의 길을 지향하며

현실과 대결하는 영혼의 모습을 그리는 작품들을 발표하게 된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기실현을 위한 노력을

한시도 쉬지 않았던 그는 1946년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주요 소설로는 < 페터 가멘친트 > < 수레바퀴 아래서 > < 크눌프 >

< 데미안 >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 유리알 유희 > 등 다수가 있으며

< 마을의 저녁 > <흰 구름 > < 안 개 속에서 > < 파랑나비 > 등

주옥같은 시를 여러편 남겼으며

불혹의 나이에 시작해 죽을 때까지

붓을 놓지 않으며 남긴 수채화가 3천여 점에 달한다.

헤세의 본고장에서는 헤세의 수채화만을

별도로 연구할 정도로 화가로서의 지위도 탄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