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변호사 김경호
시에게 길을 묻다 #1
우정의 미명 아래 썩어가는 국가의 심장
( ‘내란죄 아니다’ 석동현 주장 TV 뉴스를 보다가)
40년지기 친구가 한낱 내란의 옹호인가
귀를 쫑긋 세워라, 검찰 출신 두 인물은
대한민국 정의를 위해 몸 담았다던 흔적을
내란 앞에서 파묻고, 친구의 얼굴 뒤에 숨는다.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은 이미 온 국민 앞에 자백했지
“국회의원을 끌어내” 라 외치며, 막장 연출을 펼친 그날
비상계엄 하에 TV 속 무장병력이 국회 복도를 누비는 광경
온 국민의 눈동자에 생생히 새겨졌거늘
그들은 여전히 고개를 돌리고, 입을 다문다.
전두환 · 노태우 내란죄 판결의 유령이 되살아나고
대다수 헌법 형법 학자와 법조인들이
“이것은 내란” 이라 명징히 외치는데도
오직 40년 친구라는 이름 앞에,
내란의 본질을 옹호하며 목청을 높이는가
검찰과 조폭이 과연 무엇이 다른가
국민의 세금으로 폼 잡고, 국민을 겁박하며 권력을 나눠먹고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고, 법전을 장식품 삼아
서울대 법대 출신의 이름으로 역사에 먹칠하는
내란 수괴 윤석열, 변호인 석동현,
너희는 대한민국에 낭자한 상처를 갈끝으로 더 깊이 파고들 뿐
TV 뉴스를 보며, 온 국민이 분노의 감정으로 묻는다.
친구 앞에서 내란을 부정하는 그 속내는 무엇인가
민주주의의 성곽을 무너뜨린 검은 손아귀를
“내란죄 아니다” 라며 감싸는 그 어두운 혀는
민주법치의 성취를 집어삼킨 썩은 검찰 권력의 잔영인가
결국 서울대 법대가 빚어낸 해악을,
그 40년 우정의 굴레에 스며든 부패한 결속을
너희는 대한민국 역사에 피묻은 낙인으로 남길 것이다.
시에게 길을 묻다 #2
위선의 대가리들
뻔뻔히 늘어놓은 사과의 언어,
2024년 12월 9일, 그 날의 혀끝에서 맺힌 거짓 달콤한 침
“법적 책임 회피 않겠다” 고 국민 앞에 내뱉던 윤석열 약속은
이제 어디로 갔나?
수사실 앞에 멈춰선 당신,
국민을 속이고, 약속을 거부한 채
거대한 타조의 목을 바닥에 처박고
자신의 꽁무니만 감춰대는 주저리 주저리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 이라던
남의 말쯤 슬쩍 훔쳐다
정의의 가면을 쓰고 서슬 퍼렇던 그 때는 어디로 갔나?
결정적 순간, 책임 앞에 숨은 당신의
거대한 대가리는 잔대가리로 쪼개져
비굴한 변호사들의 교묘한 술수 속에 숨어들 뿐
석동현, 김홍일 따위 이름 뒤에
한 줌의 체면, 한 줌의 자존은 어디로 흘렀나?
선임계를 내지 않고, 송달 효력을 피해가는
잔머리의 법조인들,
당신들의 위선은 고약한 냄새로 찢겨 나가
국민들이 코막고 외면한다.
국민앞에 뱉었던 모든 말이
종잇장처럼 바스러지고
법의 앞에서 몸을 감추는 당신들이여
대가리 커 봤자 속은 텅 빈,
위선의 덩어리들!
시에게 길을 묻다 #3
“ 허공에 맴도는 함성 ”
저편, 이편 어디를 봐도
일은 엉키고 실타래는 풀리지 않는다
판을 깔아주어도
어리석은 손길은 무너지듯 허물어지고,
준비된 길 위에서도
허둥대며 제대로 걷지 못한다
속 타는 건 언제나 국민
피해받는 건 언제나 우리들
겉으로는 부지런한 듯 눈길을 흩뿌리나
속내엔 이익을 계산하고
게으름을 감춘다
탄핵이라 외쳤을 때
헌법과 법률은
빠르게 아우성치길 바랐건만
주말의 무심한 손짓 아래
검찰의 빠른 발걸음은 이제 묶이고
수사 관할권 앞에 서성이는 윤석열
내란이라 부를 수 없는 내란
외신에 비웃음 흘러간다
내란을 내란이라 부른 자
불이익이 흩날린다면
일을 모르고 일하겠다는 그들
국민은 얼마나 불행한가
몽골군처럼 신속한 손길,
법과 제도에 맞춘 단호한 한 수, 두 수
미리 내다보고 준비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국민의 원통한 눈물 사이
바람보다 가벼운 머리 굴리는 정치인들
허공에 맴도는 함성만
뿌옇게 사라져간다
시에게 길을 묻다 #4
“ 헌법을 비틀어 쥔 권성동에게 ”
어느 날 법의 문턱을 넘었다고
자신을 거룩한 법조라 칭하며
헌법의 가르침을 기만하는 사람이 있네
헌법은 국민의 목소리를 담은 최고 명령이거늘
그대는 자의적 해석으로 입맛대로 뜯고 나누며
사람들을 둘로 갈라놓고 있다
국민은 통합을 원하지만,
그대 입끝에서 나온 말은 이간과 분열
섬처럼 흩어진 민심을 보라, 이미 상처투성이가 아니던가
사법고시를 통과한 자라면,
헌법 앞에 두 손을 모아 경외해야 하건만
충성의 화살이 헌법이 아닌 윤석열 향해 날아가는 꼴이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강원랜드 사건 속, 증거 위법으로 살아난 목숨이라
윤석열 권력에 그대가 헌신하는 듯 보이니
도대체 누가, 무엇이 그대의 양심을 짓누르고 있는가
헌정 질서와 국민의 꿈을 지켜야 할 책무를 잊고
두 손으로 헌법을 구겨 쥔 채
자신의 욕망에 맞춰 재단하는 그 모습
참으로 한심하고 어리석다
헌법은 결코 그대의 모자 위 왕관이 아니다
이 나라는 주권자가 국민임을 아는가
입맛대로 비틀리기엔 민심은 이미 분노했다
부디, 깨어나길 바란다
헌법은 장식품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공공의 약속임을
입으로만 외치는 ‘법치’ 가 아닌
진정한 법의 길에서 돌아오기를
그대에게 마지막으로 권고하노니
또다시 헌법을 능멸하지 말라
이 시린 겨울바람 같은 질책 속에서도
끝내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권성동, 그대 이름은 영원히
헌법을 농단한 자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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