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제물편에 나오는 나비 꿈 이야기
어느날, 장자가 제자에게 말하기를,
“나는 간 밤 꿈에 나비였었다.
사뿐사뿐 꽃과 꽃 사이사이를 날고 있었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내가 나비인지도 자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꿈에서 깨어보니 나는 나비가 아니라 장주가 아닌가?
조금전까지 꿈속에서 나비였을때는 내가 나인지도 몰랐는데
꿈에서 깨어보니 나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현실의 나는 진정한 나인가?
아니면 나비가 꿈속에서 장주가 된 것인가?
내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가 되는 꿈을 꾼 것인가?”
昔者莊周爲胡蝶 然胡蝶也
석자장주위호접 연호접야
自喩適志與 不知周也
자유적지여 불지주야
俄然覺 則然周也 不知 周之夢爲胡蝶與
아연각 칙연주야 불지 주지몽위호접여
胡蝶之夢爲周與 周與胡蝶 則必有分矣 此之謂物化
호접지몽위주여 주여호접 칙필유분의 차지위물화
나비가 된 장자의 꿈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제자가 말하기를,
“스승님의 이야기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너무 황당무개하여 현실에서는 쓸모가 없습니다.”
제자의 그 말을 듣고 장자가 말하기를,
“제자야, 너는 쓸모있음과 쓸모없음을 구분하는구나
지금 니가 딛고 선 땅을 한번 보아라
너에게 쓸모있는 땅은 네 발이 딛고 서 있는
발 크기만큼의 땅이지 않느냐
그 땅을 제외한 나머지 땅은 너에게 쓸모가 없지 않느냐
그런데 만일 네가 딛고 서 있는 발 크기만큼의 땅을 제외한
나머지 땅이 없어진다면 너는 과연 그 적디적은 땅 위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서 있을 수 있겠느냐?”
“제자, 너에게 참으로 필요한 땅은
너의 발 크기만큼 딛고 서 있는 그 땅이 아니라
네가 딛고 서 있는 그 땅을 떠받쳐주고 있는 나머지 땅,
즉 네가 쓸모없다고 여기는 바로 그 부분이다.”
장자에 대하여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장자는,
성은 장 莊 , 이름은 주 周 이다.
끊이지 않는 전쟁으로 불안한 세월을 살았던 장자는
인간의 참 자유가 무엇인지 추구하는 일에 일생을 다했다.
장자는 본인과 나비는 별개임이 확실하지만
본인과 나비의 식별이 애매해진 것은
사물이 변화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꿈과 현실에 대한 분별이 무의미함은
한 발 더 나아가
옳고 그름, 선함과 악함, 아름다움과 추함,
크고 작음, 길과 흉, 가난함과 부 등을
구분지으려는 욕망도 덧없고 어리석은 일임을 깨닫고
만물은 결국 하나의 세계로 귀결된다는
물아일체 物我一體 의 무위자연 無爲自然 을 제창하였다.
나비와 장자는 피상적인 차이는 있으나
절대적인 변화는 없다.
장자가 곧 나비이고, 나비가 곧 장자라는 경지,
물아의 구별이 없는 절대경지에서 보면
장자도, 나비도, 꿈도, 현실도 구별이 없다.
다만 보이는 것은 만물의 변화에 불과할 뿐인 것이다.
이처럼 피아 彼我 의 구별을 잊는 것
또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비유해 ‘호접지몽’ 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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