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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들처럼
밤하늘의 별들처럼 밝지 않아도
바람 부는 날의 촛불처럼 난 살아있네
이젠 바다로 가는 강물처럼 맑지 않아도
흔들리는 날의 눈물처럼 삶은 흐르네
노래하고 춤을 추고 그림 그리고
시를 쓰고 다시 노래하는 꿈을 꾸었네
그게 꿈이 아닌 현실로 남진 않았어
누굴 원망하고 비난해도 소용이 없네
다른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오직 나만 아는 그 불빛이 나를 비추네
그래 나는 너무 어린 날 돌보지 않았어
더는 불가능한 길을 따라 달리고 있네
자유로운 영혼들은 길을 잃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말을 잃었네
아직도 꺼지지 않는 불꽃을 피우려나
저기 먼 하늘 바다 땅이 나를 부르네
여유와 설빈은
포크 음악을 하는 혼성듀오다.
2017년 첫 정규 앨범
<모든, 어울린 삶에 대하여>를 발표하면서 데뷔하였고
세상을 살아내고있는 우리의 삶을 노래했다.
그 후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교류하고 무대를 만들어 가는
여러 프로젝트에 함께 하는 등 꾸준하지만 서두르지 않는,
자신들의 음악을 닮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밤하늘의 별들처럼’ 이 곡은
그들이 사는 섬 제주에서 만들고 2023년 발표한
3집 앨범 <희극>에 들어있는 곡이다.
“넌 느리고 게으리니 ‘여유’ 가 어때?”
고등학교 밴드부 시절 음악 선생님이 말했다.
201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음악을 해보겠다고
그 선생님을 따라다니던 때였다.
그렇게 스무살 청년 황동규는 뮤지션 ‘여유’ 가 됐다.
설빈은 2015년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서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중이었다.
“나 홍대에서 공연하는데 놀러 올래?”
SNS로 친해진 여유의 연락에
몇차례 공연장에 가서 코러스도 해주고
여유의 발표곡 ‘상자’ 에 피처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여유의 1집 앨범에 설빈의 목소리가 많이 보태졌다.
“이 정도면, 여유와설빈으로 같이 하는 게 어때?”
음반 프로듀서가 제안했다.
설빈은 고민했고 결국 수락했다.
설빈은 임용시험에 합격해 중학교 상담교사가 되었고
근무지는 제주도였다.
둘은 2020년 결혼식을 올렸다.
여유와설빈은
소박한 연주와 담백한 선율에
오랜 사유로 숙성된 노랫말을 꾹꾹 눌러 담았다.
낮은 옥타브의 여유와 높은 옥타브의 설빈이
하나의 음으로 부르다가 어느 순간 두 갈래로
화음을 확 펼쳐내면, 노래는 2D에서 3D로 바뀌어버린다.
‘밤하늘의 별들처럼’ 이 곡 후반부에선
제주 밤하늘의 별들이 나에게
쏟아져 내리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갑자기 다른 노래를 부르는 여유의 목소리가 슬쩍 들리는데,
이는 2집 앨범 수록곡 ‘길고 긴 밤’ 의 몇 소절이다.
여유는
“영화속, 이스터에그처럼 숨겨놓은 것” 이라며
“앨범을 영화나 연극처럼 만들기를 원한다” 고 말했다.
야행성 인간인 나는
이른 새벽 잠들고 늦은 아침에 기상한다.
그러나 매일 아침 7시면 모바일 알람이 울리는데,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를 시청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비몽사몽 눈 감고 유튜브 방송을 듣다가
다시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 듣기를 반복하는데
오늘도 그랬다.
그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과거의 그 어느날 아침도 변함없이
유튜브 속 어준님의 목소리를 꿈속인냥 듣고 있다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에 눈 감은채 의식만 깬 적이 있다.
눈 감은채 그 연주를 듣다가
갑자기 주루룩 - 볼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눈물에
화들짝 놀라 일어난 날이 있었더랬다.
임현정님의 피아노 연주였는데 곡 제목을 도무지 기억하지 못한다.
연주 후, 감정이입으로 힘들다는 말을
피아니스트 임현정님이 했던 것 같은데.
그때 그랬다.
아, 이런것이 예술이구나
김동리의 바위를 읽었을 때,
오에 겐자브로의 개인적인 체험을 읽었을 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었을 때
느꼈던 비슷한 파동의 감정.
부족한 필력으로 그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
여튼 그랬는데,
오늘 아침 그것을 재경험한 것이다.
바로 이 그룹, 여유와설빈 덕분에.
감사하다. 이분들께. 참으로.
영화 ONCE 의
글렌 핸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가 자동소환 연상되는
여유와설빈 !
오래오래 음악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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