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당신이 하도 못 잊게 그리워서
그리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잊히지도 않는 그 사람은
아주나 내버린 것이 아닌데도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가뜩이나 설운 맘이
떠나지 못할 운運에 떠난 것도 같아서
생각하면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먼 후일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희망
날은 저물고 눈이 내려라
낯선 물가로 내가 왔을 때
산속의 올빼미 울고 울며
떨어진 잎들은 눈 아래로 깔려라
아아 숙살肅殺스러운 풍경이여
지혜의 눈물을 내가 얻을 때!
이제금 알기는 알았건마는!
이 세상 모든 것을
한갓 아름다운 눈어림의
그림자뿐인 줄을
이울어 향기 깊은 가을밤에
우무주러진 나무 그림자
바람과 비가 우는 낙엽위에
* 숙살 肅殺 : 쌀쌀한 가을 기운이 풀이나 나무를 말려 죽임
김소월
본명은 김정식 金廷湜
소월 素月 은 흰 달이라는 뜻의 호다.
1902년 평안북도 구성군에서 태어나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성장했다.
남산학교 졸업 후 오산학교를 거쳐
배재고등보통학교에 편입, 졸업했다.
이후 일본 도쿄상과대학 예과에 입학했으나
경제적인 어려움과 간토대지진으로 인해 고향 정주로 돌아왔다.
1920년 스승 김억의 주선으로 <창조>에
<오과의 읍>, <그리워> 등의 시를 발표했다.
1922년 <금잔디>, <엄마야 누나야> <진달래꽃>
<개여울> 등의 시를 발표했고
1925년 한국 시문학사에 길이 남을 시집 <진달래꽃>을 간행했다.
1930년대에는 작품활동이 이전만큼 활발하지 않았고,
사업 실패와 생활고에 시달리다 1934년 12월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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