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좀 읽어볼까

김소월 -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 먼 후일 + 희망

by HUSH 感나무 2024. 7. 28.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당신이 하도 못 잊게 그리워서

그리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잊히지도 않는 그 사람은

아주나 내버린 것이 아닌데도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가뜩이나 설운 맘이

떠나지 못할 운運에 떠난 것도 같아서

생각하면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먼 후일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희망

 

날은 저물고 눈이 내려라

낯선 물가로 내가 왔을 때

산속의 올빼미 울고 울며

떨어진 잎들은 눈 아래로 깔려라

 

아아 숙살肅殺스러운 풍경이여

지혜의 눈물을 내가 얻을 때!

이제금 알기는 알았건마는!

이 세상 모든 것을

한갓 아름다운 눈어림의

그림자뿐인 줄을

 

이울어 향기 깊은 가을밤에

우무주러진 나무 그림자

바람과 비가 우는 낙엽위에

 

 

* 숙살 肅殺 : 쌀쌀한 가을 기운이 풀이나 나무를 말려 죽임

 

 

 

 

 

 

 

 

 

김소월

 

본명은 김정식 金廷湜

소월 素月 은 흰 달이라는 뜻의 호다.

1902년 평안북도 구성군에서 태어나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성장했다.

남산학교 졸업 후 오산학교를 거쳐

배재고등보통학교에 편입, 졸업했다.

이후 일본 도쿄상과대학 예과에 입학했으나

경제적인 어려움과 간토대지진으로 인해 고향 정주로 돌아왔다.

1920년 스승 김억의 주선으로 <창조>에

<오과의 읍>, <그리워> 등의 시를 발표했다.

1922년 <금잔디>, <엄마야 누나야> <진달래꽃>

<개여울> 등의 시를 발표했고

1925년 한국 시문학사에 길이 남을 시집 <진달래꽃>을 간행했다.

1930년대에는 작품활동이 이전만큼 활발하지 않았고,

사업 실패와 생활고에 시달리다 1934년 12월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