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21 류근 시집 - 상처적 체질 두물머리 보리밭 끝 해 질 무렵 두물머리 보리밭 끝에는바라볼 때마다 추억까지 황홀해지는 노을이 있고아무렇게나 건네주어도 허공에 길이 되는가난한 시절의 휘파람 소리가 있고녹슨 십자가를 매단 채 빨갛게 사위어가는서쪽 마을 교회당 지붕들마저 저물어 있다 나는 자주 그 길 끝에서 다정한 생각들을 불러 모으고구름은 기꺼이 하루의 마지막 한때를내 가벼워진 이마 위에 내려놓고 지나갔다언제나 나는 그 보리밭 끝에 남겨졌지만해 질 무렵 잠깐씩 잔잔해지는 저녁 물살을 바라보며생애의 마지막 하루처럼 평화로웠다쓸쓸한 시절은진실로 혼자일 땐 동행하지 않는 법이었다 바람의 길을 따라 보리밭이 저희의 몸매를 만들 때나는 길 끝에 서서 휘파람 뒤에 새겨진 길을천천히 따라가거나 물소리보다 먼세월을 바라보았을 뿐 거기선 오히려 아무것도.. 2024. 10. 12. 이전 1 다음